[기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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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김기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

  • 승인 2022-07-25 08:31
  • 신문게재 2022-07-22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기성부장님 사진
김기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
6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10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기존 4개의 노동기본권(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에 더해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이 추가되었다. 필자에게는 이번에 추가 채택된 노동기본권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위험에 대한 절박한 경고메시지로 느껴진다.

우리 대전·충청지역의 사고사망자 현황을 들여다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올해 산업재해로 사고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한 대전·충청지역을 사망사고 위험지역으로 중대재해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올 4월말 기준 대전·충청지역 사고사망자는 41명으로 전년대비 18명이 증가하였다. 조사 결과 추락과 끼임 사고가 대부분이었고,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상시 위험기계의 방호조치와 비상정지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며, 기계 정비·보수 시에는 전원차단 및 경고표지 부착 등을 하고, 안전하게 작업 절차에 따라 작업하여야 한다. 그러나 올 4월 충북 진천지역에서 기계설비에 끼여 사망한 사고의 경우, 조작 문을 열면 기계 작동이 멈추는 방호장치의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해당 기업 전체 공장의 동일 기계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계가 방호장치 전원이 꺼져있거나 고장 난 채 사용되고 있었다. 사업주가 관심두지 않는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수칙 준수는 그저 빛만 바랠 뿐이다.

최근 경영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업주의 처벌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법 개정 등의 처벌 완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경영책임자가 아니면 누가 안전보건확보를 위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나설 수 있겠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과도한 처벌로 사업주를 억압하고자 함이 아니다. 사업체에서 가장 권한이 강하고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게 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조치의 이행을 철저히 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자는 것이 그 진의이다. 사업주 또한 현장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

2022년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이성일 영창케미칼 회장은 총 근로자 수 165명 규모의 회사에서 대표 직속 안전관리본부에 14명의 안전 전담인원을 배치하였다. 그는 안전관리본부에 예산 집행권한을 부여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비용은 신속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워 현장의 안전정착과 사고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아 정부 포상을 받게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근로자 500인 이상 시 2명 이상의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만들도록 하고 있는데 이보다 앞서 자율적이며 적극적인 안전관리를 실천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는 6개월에 1회 이상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게을리 하여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기존의 많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활동은 생산성 등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요소에 비해 그 중요성이 간과되었다. 지금까지 재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또는 안전보건 감독을 받고 나서야 사후적, 수동적으로 문제해결이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는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기존 수동적 안전보건관리 관행의 전환을 의미한다. 안전보건관리 활동의 위상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격상하고 선제·자발적으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위험요인 파악과 제거·대체 및 통제의 전 과정에 근로자가 참여하여 현장의 위험요인을 제대로 발굴·통제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일련의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의지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리더십으로 안전보건 활동을 이끌어 갈 때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 이행될 수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다 같이 참여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경영활동으로 체계가 운영된다면 그것이 안전문화가 될 것이며 자연스레 사고와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감소할 것이다. 현장에 직접 나가보라! 추락하거나 기계설비에 끼일 위험은 없는가, 근로자는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하는가, 그리고, 안전보건조치 이행상태를 파악하라.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기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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