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 되는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고루 갖춘 대전의 강점을 활용해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2021년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실패를 반추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대전시가 주도적으로 산업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4일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나노·반도체산업 육성 비전'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시정을 맡고 경제현장을 둘러보면서 대전이 나노·반도체 분야에 강점이 있으나 그동안 활용하지 못했다. 이 분야를 잘 살린다면 대전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구상 과정을 설명했다.
대전시가 밝힌 나노·반도체산업 육성은 크게 두 단계다. 우선 전국 최초 '실증평가원'을 설립한다. 대전의 나노·반도체 기업은 447곳(전국 대비 2.67%)인데, 전문성은 높지만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는 국내에 제품 테스트 기관이 없어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좋은 기술력을 개발해도 제품 성능평가와 신뢰성 인증이 어렵다는 의미다.
![]() |
이장우 대전시장은 14일 나노.반도체산업 육성 비전을 발표했다. 출처=대전시 |
두 번째 단계는 나도·반도체 산업단지다. 100만 평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고 실증평가원을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전문인력 양성이 순환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위치는 대덕특구와 가까운 부지가 유력하고 예산은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밑그림은 산업단지 500만 평 조성 용역이 완료되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로드맵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장우 시장은 "오늘 무엇보다 공식선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상 단계에 불과하고 막대한 예산과 정부 협의 등 수많은 난제가 예고됨에도 공식 선언을 한 건 '나노·반도체 테스트 베드를 대전이 선점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시장은 "실증평가원은 대통령과 상의한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 지침을 받지 않아도 우리가 필요하다면 가는 것"이라며 "출연연·전문기관과 충분히 논의했고 함께 얻은 결론이며 이장우의 결심"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구상안도 공개했다. 현재 가용 산업용지 전수조사가 마무리 단계고 50만 평 이상 용지 대상으로 곧 용역에 착수된다. 정부에 그린벨트 해제 절차 간소화도 요청했다.
산업단지에 우선적으로 유치할 분야는 방산기업, 우주 관련 기업이다. 또 나노·반도체와 함께 대전의 강점으로 꼽히는 바이오헬스 분야도 적극 유치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시장은 "최근 관심 있게 보는 분야가 도심항공 교통이다. 국내 기업들이 조인하고 싶어 하는 유럽 UAM 기업에 대전 이전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