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현 교수 |
정비사업이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안전과 원활한 통행을 위한 도로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원 등의 시설이 열악하거나 노후화된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 체계적인 제도에 따라 주거 및 상업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정비사업은 적게는 100인 미만이거나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6.25), 이후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살집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로 좁고 복잡한 도로나 골목길이 만들어지고 공원이 없거나 부족하여 피폐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10㎡도 채 되지 않은 판자촌에서부터 큰 재산을 가지고 있는 주택 또는 상가 등의 소유자와 세입자까지 재산상, 감정상의 이해관계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은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법규를 모두 준수하는 것은 물론 개발이익을 극대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필자는 정비사업의 성공요건을 충족했던 사례를 통해 올바른 정비사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건축은 재개발사업에 비해 이해관계의 이견(異見)의 폭이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노후화된 공동주택단지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평형별, 동별, 층별로 차이가 나지만 같은 평형에서는 대동소이(大同小異) 하고 그 차이가 10% 내외로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리 규범과 준법정신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조합의 사업추진속도와 방향에 따라 사업성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재개발, 소규모정비사업 등에서도 동일하다.
재산상 이해관계의 폭이 크지 않는 경우 남는 것은 감정적인 이해관계로 소유자들의 조합 임원에 대한 불신, 시기, 질투, 외부세력의 개입 등에 의한 것들이 있다. 특히, 재건축사업의 특성상 상당한 개발이익이 수반되기에 외부세력의 개입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서울시에서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관리제도를 시행 중이고 사업 초기부터 추진위원회 또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을 선정 등의 업무를 공공기관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후 추진위원회의 구성업무를 위탁하는 이른바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비용은 서울시에서 우선 부담하고 있다. 공공지원의 위탁받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추진위원회설립승인 이후에 해당 정비사업장에서 계속 업무를 추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주민총회에서 의결을 보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하고 성공사업으로 진행되기 위한 요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등소유자의 알 권리 충족. 과거에는 소유자가 자금집행과정의 투명성이나 사업 전반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문의해도 알려주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재산의 크기와 관계없이 한평생 피땀흘려 이룩한 소중한 재산이 자칫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사업추진과 관련한 사항이나 소유자의 권리·의무사항과 같이 법률로 정해진 사항은 투명하게 모두 알려주어서 소유자들의 기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첫 번째 요건이다. 첫 번째 요건이 지켜진다면 사업 성공을 위해 여러 소유자가 뛰어난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둘째, 조합집행부와 소유자의 갈등 예방. 사업 성패에 대해 집행부가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집행부라는 이유로 소유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도 견제세력으로 치부하는 등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조합장과 소유자와의 갈등으로 감정이 개입되고 갈등의 폭을 넓혀져 소유자 간의 갈등이 야기되고 결국 다툼과 소송 등으로 사업추진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성장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입지조건이 우수하고, 분양성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소유자와의 갈등을 예방하지 못한다면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지기에 성공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하겠다.
셋째, 능력 있는 전문 협력업체 선정. 정비사업은 법 규정이 엄격하고 각종 인허가와 이주, 신탁, 금융 등 관련 협력업체의 종류가 20~30여 업체에 이른다. 일반적인 사업과 달리 사업구역별로 대처해야 하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같은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성향 차이와 제반 여건, 이에 따른 인허가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얼마나 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협력업체를 선정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기도 한다. 여러 사업장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사업추진 시 돌발변수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비사업의 협력업체로는 대표적으로 시공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설계자, 감정평가업자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도시계획, 각종 영향평가, 친환경관련인증, 이주관리, 범죄 예방, 법무 업무, 변호사 등이 있다.
모두 어느 한가지라도 정비사업에 경험이 없다면 구역별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알아내기 어렵고, 문제 발생 시 대처능력이 현저히 뒤처진다. 따라서,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선정하되 경험과 실적이 풍부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성공사업의 중요한 요건이다.
넷째, 조합 집행부의 투명성. 재개발, 재건축 임원들의 비리와 부조리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전체 소유자의 소중한 재산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지도 않고 개인의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 자금집행이나 업체선정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거나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한다면 성공사업은 고사하고 모든 소유자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은 '재개발 재건축 조합임원의 윤리 규범과 계약업무 처리 시 유의사항'을 발간해 조합임원의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있고, 조합임원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소유자의 신뢰와 업무의 신속성이 수반되기에 매우 중요한 사업 성공의 요건이다.
다섯째, 적절한 분양 시기. 정비사업은 신속한 사업추진이 성공의 중요한 열쇠이기는 하나 적기에 분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정비사업의 분양은 주거환경개선과 개발이익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그러나 분양시장이 극히 열악할 때 분양을 받는다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과거 분양시장이 열악했던 시기에 지방 여러 사업구역에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까지 모두 완료했지만 분양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다 적절한 시기에 일반 분양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분양은 물론이고 일반분양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에 강조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절한 분양 시기를 맞추는 것은 미래예측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의 조언과 사업여건을 고려하여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다.
이러한 정비사업의 성공요건들을 잘 이행한다면 소유자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개발이익을 극대화를 넘어 사업완료 후에도 살기 좋은 단지가 될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윤방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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