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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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소비생활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 승인 2022-07-13 16:58
  • 수정 2022-07-13 17:00
  • 신문게재 2022-07-14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물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밥상물가가 겁난다. 가뭄과 고유가로 식재료 가격이 치솟고 한 끼 점심값이 1만 원을 육박한다. 이제는 단골집에서 "이모님 반찬 좀 더 주세요"라고 입을 떼기 어렵다. 착한 가격의 맛집들이 감염병 이후 문을 닫았거나, 가격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거나, 반찬 수를 줄였다.

#.대학 새내기인 딸 아이의 한 달 용돈은 20만 원이다. 경제적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한의 여비다. 여름 방학이 되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선다. 집 밖을 나서면 누리는 모든 것에 비용이 따른다는 걸 배우길 바란다. 용돈 올려달란 말 대신 자주 점심을 거르는 것 같다.

#."밥값은 내가 낼 테니, 너는 커피나 사" 이토록 고마운 말이…. 밥보다 커피 가격이 부담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다시 역전이다. 요샌 7000원 국밥 한 그릇 찾기 힘들다. 밥값과 커피값이 경쟁하듯 뜀박질하면서 취준생과 저소득 근로자는 물론 평범한 직장인 심장도 함께 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인 6% 급등했다. 특히 밥값, 기름값 등 생활물가가 치솟아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이 더 커졌다.



며칠 전 조우한 지인들과 물가 때문에 식겁한 사연을 풀어냈다. 장 보러 갔다가 계산대에서 1+1 제품만 빼고 덜어냈다는 이야기, 1년 전엔 가득 채웠던 경유 7만 원 주유가 게이지 반도 안 올라와 당황한 경험, 주말 가족외식도 영화 관람도 휴일 드라이브도 당분간 포기한다는 사연 등 구구절절했다.

인천서 식당을 운영하는 선배는 오랫동안 찾아 준 단골마저 잃을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가슴앓이 중이라고 했다. 주문이 적은 메뉴는 없애고 그때그때 가격이 적당한 반찬으로 교체하며 버티고 있지만, 돼지고기와 채소 등 식자재를 비롯해 전기료, 기름값, 도시가스 요금 등이 줄줄이 오른다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노라 깊은 한숨을 뱉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겨우 이겨냈건만 산 넘어 산이 기다리는 형국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쏟아지지만, 유독 떨어져서 걱정인 것도 있다. 쌀값이다.

지난해 풍년인 탓으로 재고는 넘치는 데, 소비는 줄어서라고 한다. 한 끼 해결이 과제가 된 요즘 쌀밥을 지어 먹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고유가 악재와 함께 농촌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본다. 면세유 등 각종 농자재 가격을 따져보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노력과 비용대비 이윤이 적다 보니 쌀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고물가 시대를 버티는 슬기로운 생활도 눈에 띈다. SNS와 인터넷 카페에는 중고거래와 최저가 검색, 세일목록 공유가 활황이다. '짠테크'(짠돌이+재테크)라는 말도 나왔다. 플렉스(FLEX, 재력이나 귀중품 등 과시 행위)에 열광하던 젊은 세대들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할인 쿠폰과 마감세일 등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접점이 있다.

바짝 졸라맨 허리띠를 한 칸 더 줄여야 하는 국민은 삶의 질을 스스로 높이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의지를 제대로 보여줄 때다. 대통령이 민생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첫 세법 개정안 마련과 규제 완화 방안을 이달 발표한다고 하니 고무적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정책을 기대해 본다.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잘 먹고 잘사는 것, 이게 참 쉽지 않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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