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선행해야 할 것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선행해야 할 것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형사법·가사법 전문변호사)

  • 승인 2022-07-13 09:31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최린아3
최린아 변호사
최근 몇 년간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부산 여중생 사건 등 소년들이 저지른 잔혹하고 흉포한 범죄가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되면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등으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여론에 부응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하향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달 법무부는 현행 10살 이상 14살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만 12살 또는 13살로 낮추기 위해 TF를 꾸렸다. 지금의 연령기준으로는 보호처분의 대상일 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예를 들면 만 13살)에 대해 앞으로는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처벌 강화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손쉬운 근시안적 방법일 뿐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른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간 대전가정법원에서 국선보조인으로서 소년범들과 접촉한 경험이 있다. 국선보조인은 소년범들의 국선변호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법원의 협력자 즉 법원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부모의 보호능력과 보호의지 등을 파악해 소년범들에게 적절한 처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년범들과 나름대로 오랜 시간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



국선보조인으로서 만난 소년들은 주로 15~19살이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보면 사기와 절도, 폭행, 공갈, 성매매까지 입을 다물 수 없게 하는 비행사실을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하나같이 순수하고 착했다.

각자의 가정환경, 사는 지역, 나이, 성별은 달라도 소년들이 비행에 이르게 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년들 열에 여덟아홉은 부모 일방 또는 쌍방이 부재하거나, 부모가 있더라도 이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 부모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좋지 않은 가운데 중학교에 진학하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모와 더욱 멀어지고, 가정을 벗어나 또래집단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을 구할 방법은 없고, 언뜻 보면 너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 같은 차털이 절도, 중고나라 사기, 성매매 등 범죄의 유혹은 너무나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소년들 한 명 한 명은 대부분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지만, 여럿이 모이면 특히 가출이라도 해 야간에 어울리는 경우에는 더더욱 동네 선배들의 못된 가르침 아래에 아이들이 품고 있는 작은 반사회성들이 증폭돼 심각한 범죄를 범하게 된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은 "소년 범죄를 막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표창원은 어린 시절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던 자신과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을 비교하며, 자신에게는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신창원에게는 없었다는 점이 자신과 신창원을 다르게 성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내가 만나보았던 소년들도 만약 넉넉하고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더라면,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더라면, 부모를 대신해 어느 누구라도 따뜻하게 조언하고 수시로 관심 가져주었더라면, 잠깐의 방황은 있을 수 있더라도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비행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호관찰관 1명당 관리자 수를 15% 낮추었더니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만 19살 미만 소년의 재범률이 떨어졌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소년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호관찰관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도·감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재범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소년범죄를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지금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년법의 원래 취지와 같이 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한 교화 기능 강화가 아닐까. 어른들의 제도 개선 노력이 선행되고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범 처벌 강화를 논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최린아 법률사무소 혜결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