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영국의 게이츠헤드(Gateshead), 이탈리아의 블로냐(Bolgna), 일본의 가나자(Kanazawa)와 같은 도시들은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의 창조성을 높여 도시의 역동성을 끌어내고, 시민들의 활력을 높여 경제 성장에 동력을 불어넣는 문화전략에 주목해 왔다.
또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성공한 문화 도시들은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 파급효과로 이어지면서 문화투자를 통해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였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도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쇠퇴한 제조업 기반 도시 인프라에 대한 재정비이며, 도시산업시설의 재생을 통한 복합문화시설 확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복합문화시설이 당초의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문화도시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하었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은 공업도시였던 빌바오가 금속과 화학공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심각한 침체의 길로 접어들다가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건립해 관광 문화도시로 거듭났다. 그러나 현재는 바스크주 정부에 2억4천여만 달러의 재정 부담을 안겨주었고, 미술과 개관은 불과 9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에 그치고 말았다.
1994년에 개관한 영국 셰필드의 전국대중문화센터 역시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출발했으나, 센터의 관람객 수는 예상 수치의 25%에도 이르지 못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광주시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2004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건립되었으나 본격 추진된 지 18년, 문화전당이 문을 연 지 7년이 지났지만, 애초 기대했던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옛 충남도청은 2012년 12월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10여 년 표류하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 유치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의 정체성을 놓고 지역 문화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보이는 수장고 형태의 스마트미술관 건립으로 가닥을 잡은 최종 용역보고서와 달리 '근대미술 아카이브 공간' 조성 논의가 제기되면서 문체부나 국립현대미술관의 필요에만 치중한 구상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본관과 달리 별관에 인재개발원이 들어오는 것은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여론도 있다.
물론 국가등록문화재인 충남도청사 본관동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 건립은 지난 10년간의 논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시민 문화향유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관동을 제외한 별관과 부속건물들의 활용에 대해 시민들의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앞서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복합문화공간 등 문화시설 인프라 조성 등 문화도시 전략으로 많은 성공사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옛 충남도청은 대전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이다. 1932년 10월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충남도청은 8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원도심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시민들에게 정서적 구심체가 되었다. 2012년 내포신도시 이전과 함께 10여 년 동안 활용방안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이어졌고, 2016년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으로 문체부 매입의 근거가 마련, 2021년 12월까지 802억 분할상환 방식을 통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소유로 결정되었다.
옛 충남도청사가 지난 90년간 대전시민과 역사를 함께 해온 만큼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된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에 대한 실시설계를 앞두고 있다. 문체부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 주체인 지역 이해관계 그룹과 파트너십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쇠퇴를 거듭하며 스스로 패배자로 부르던 리버풀은 1999년 문화 리버풀 프로젝트(Culture Liverpool Project)를 추진하며 이후 10년간 도시역량을 총동원해 문화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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