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전경. |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겠다"는 다짐과 달리 패를 나눠 원구성 과정에서 낯 뜨거운 표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초선 일색인 시의회를 향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의원들이 권력다툼에 빠져 개원 일주일도 안 된 시의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최근 시의회는 원구성 작업이 한창이다. 원구성은 의회 운영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권력을 나누는 과정이다. 원하는 자리가 제각각이다 보니 의원 간 이견조율과 일종의 거래도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원구성 과정은 권력다툼에 완전히 매몰됐다는 비판이 많다.
조짐은 의장 선출부터 보였다. 국민의힘 이상래(동구2), 이한영(서구6), 박종선(유성1) 의원이 3자 경쟁에 나서면서 물밑경쟁이 치열했다. 당 차원에서 합의추대라는 방침을 제시했으나, 고집을 꺾는 이는 없었다. 결국 이상래, 이한영 의원 간 경선이 진행됐고, 박종선 의원은 다선 우선 관례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한 뒤 의장 후보로 독자 등록했다.
한 표 차로 이상래 의원이 국민의힘 의장 후보에 올랐으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파'와 '비의장파'로 나뉘어 표 대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로의 세력을 넓히려는 이상래, 박종선 의원 간 물밑작업과 의원들의 눈치싸움도 이때부터 과열되기 시작했다.
본 투표에서 이상래 의원은 12표를 받아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박종선 의원이 9표를 얻어 비의장파의 실력행사도 만만치 않았다. 이어진 상임위원장단 선거는 점입가경이었다. 4개 상임위원회에서 의장파와 비의장파의 정면대결이 벌어졌고, 그 결과 행정자치위원장과 산업건설위원장은 2차 투표까지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온갖 '딜'이 오가며 유리한 조건을 주고받는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의회 안팎에선 공공연하다. 특히 소수당인 민주당은 의장파와 비의장파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잇속을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13일 운영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낯 뜨거운 표 대결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시의회를 향한 시선은 따갑다. 후반기도 아니고 전반기 원구성을 놓고 노골적인 권력다툼을 벌인다는 이유에서다. 대체로 전반기 원구성은 최대한 갈등 표출 없이 이뤄져 온 선대 의회들과도 상반된다. 의원 대다수가 초선이다 보니 우려가 적잖은데 권력다툼까지 표면화되면서 신뢰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모 전직 시의원은 "원구성이 아무리 서로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해도 전반기에 이렇게까지 패가 갈려 싸우는 건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권력다툼이 아니라 의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을 느끼고 앞으로 신뢰를 어떻게 쌓아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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