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필 필한방병원장. |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온 윤제필 필한방병원장은 세계화의 우선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을 꼽았다. 8년간의 해외 활동 당시 중의학이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에 널리 알려지고 발전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처음부터 해외로 진출해서 한의학을 알리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한의학의 세계화의 성공적인 모델을 갖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방이 양방을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양방과 협력하는 우리나라만의 고유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그리는 한의학의 청사진과 병원 운영 철학, 그리고 한의학의 세계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필한방병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필한방병원은 전통의학의 우수성을 체계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한·양방진료시스템을 갖춰 한류의 중심에 서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 '한의학의 과학화', '한의학의 대중화' 그리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표준화되고 검증된 치료가 필요하다. 즉 한의학의 과학화가 필요하다. 현재 '추나요법 수행이 가능한 견인 치료기', '다기능 물리치료용 베드를 이용한 물리치료시스템' 등 총 3개의 의료기술 특허를 취득했는데,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과 연계해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의학의 대중 접근성을 높이는 일도 요구된다. 2020년에 있었던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대부분 질환치료를 목적으로 한방의료를 경험해봤으며 그중 78.3%가 재이용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방의료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한 경우는 비용적인 부분으로 외래 이용환자의 51.6%와 입원환자의 67.1%가 보험급여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한방치료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생한방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미주본부장/대표원장으로 임명돼 미국에서 5년, 그리고 KOICA 국제협력의사를 역임해 에티오피아에서 3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10년 전부터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로 활동하며 노력하고 있다. 한 예로 한의학이 한국의 전통의학이라는 점을 세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한의학의 영문명칭을 '오리엔탈 메디슨'에서 '코리안 메디슨'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조금은 더딜지라도 한의학의 세계화는 제 숙명이라 생각하고 꾸준하게 나아갈 예정이다.
윤제필 필한방병원장. |
▲우선 필한방병원은 개원 이래 김장봉사, 건강강좌, 의료봉사 등과 같이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의료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한의사협회와 함께 코로나 비대면 진료 및 치료한약 무상배포 사업을 진행했고,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께서 긍정적인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필한방병원은 현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즉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ESG 경영 등을 통해 현재 세대의 발전을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지속가능경영의 가치를 실천하고 널리 알리는 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한방병원이 시민들의 곁으로 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환경' 분야다. 이른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의 시대로 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지난해부터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필(必)환경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작년에는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필환경 랩-노래 공모전을 실시했고 또한 환경의날에 맞춰 필환경 그림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 역시 9월에 제2회 필환경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대전시한의사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지역 한의학계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현재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대전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서구한의사협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전한의사협회 회장님을 도와 대전시와 서구청에서 한의사와 함께하는 난임사업을 지속적 추진 중이다.
2019년도에는 베트남에 추나 및 침치료와 기초 의약품들과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의료봉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대전시와 함께 베트남과 좋은 관계로 교류 중인데, 코로나가 완전히 풀리게 되면 한번 더 대전시와 연계해 베트남쪽에 의료봉사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 지역 한의사들의 해외 의료봉사가 더욱 활발히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코로나 장기화와 오미크론 변이 감염환자 발생으로, 대전한의사협회와 함께 코로나 확진 후 재택 치료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및 코로나 치료 한약을 무상으로 제공했던 부분도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가치와 함께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향후 대전지역에 공공의료원이 설립될 예정인데, 한의과 설치를 두고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공공의료원을 이용하는 의료취약계층의 한방 진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의료선택권을 위해서라도 한의과 설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료원에 한의진료가 있게 된다면 한·양방 협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의학에 대한 시민의 요구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작 자체는 내과, 외과와 같이 하나의 진료과를 개설하는 것이라 어렵지 않은 문제이고, 그 만족도와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기에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또 WHO(세계보전기구)에서는 코로나 치료접근에 있어서 전통의학을 강조했는데, 앞으로 또 다른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왔을 때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라도 이제 한·양방 협진시스템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침술 등 한의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아프리카에서 3년, 미국에서 5년을 지내면서 느낀 바로는 해외에서는 중의학이 정부 지원을 받아 매우 발전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의학적인 지원이 미약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분명한 의지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한의학의 세계화에 있어 해외 진출을 통해 한의학을 알리는 것보다는 국내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한·양방협진 시스템을 확립해 세계에서 우리나라로 배우러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의학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도 많은 분이 한의학은 비과학적이고 보약이나 비급여치료 같은 문턱이 높다고 알고 계신다. 하지만 추나치료도 2019년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한약도 보험적용이 되도록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한방 비급여치료(약침 등)도 실손보험이 될 수 있도록 한의사협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료실에서 있다 보면 많은 분이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해 척추관절 질환 수술을 받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척추 질환의 경우, 실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술보다는 최소 3개월 이상 한의학적 치료를 포함한 보존 치료를 진행하고, 그 후에도 차도가 없으면 그때 수술을 고려해도 충분하다. 척추관절 질환은 진행되는 감각저하 및 근력저하가 없다면 디스크 탈출 정도가 심하더라도 한방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 앞으로 시민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화된 한의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대담=고미선 부장·정리= 김성현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윤제필 병원장은 누구?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 박사 ▲남대전고 졸업 ▲KOICA 국제협력한의사 역임(에티오피아) ▲메이저리그, PGA, LPGA 한국인 선수 주치의 ▲前 자생한방병원 미주본부장/대표원장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LA 상공회의소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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