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1772년 니콜라우스 요제프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교향곡의 열정이 넘치는 마지막 악장이 연주 중이다. 4악장의 종반부에 다다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연주자들이 하나둘 자신의 마지막 부분을 연주 후 조용히 악기를 들고 퇴장하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엔 지휘자와 악장만 남고 모두가 퇴장한다. 이 퍼포먼스는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악장 J. Haydn이 자신의 악단 단원들을 위해 고안했다. 몇 개월 동안 집에 가지 못한 단원들이 여름휴가를 기다리는데 후작으로부터 아무런 휴가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 그래서 하이든은 단원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다. 그의 새 교향곡을 통해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단원들의 휴가를 요청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후작은 그들에게 휴가를 준다. 이 교향곡은 (Hob.Ⅰ45) '고별' 교향곡이다.
유럽의 많은 음악가는 봄, 가을, 겨울을 극장에서 연주하며 일한다. 그리고 여름엔 3~4주 정도 긴 휴가를 떠난다. 유럽에서 이 휴가 기간은 다른 직종에도 적용된다. 이 휴가 기간 음악가들은 시민들을 위해서 음악제를 열거나, 자신의 작품을 작곡하기도 한다.
G, Mahler는 빈 국립극장의 감독 겸 빈 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로 세계적인 지휘자였다. 바쁜 일과를 보냈다. 지휘자로 명성을 얻고 활동했지만 그는 작곡을 자신의 필생 목표로 삼았다. 그는 "나는 살기 위해 지휘하고 작곡하기 위해 산다."라고 말했다. 자연과 인류를 사랑했던 그는 휴가 때면 마이에르니히라는 별장에서 작곡하곤 했다. 그곳에서 교향곡 4~8번, 가곡 등 많은 작품을 썼다, 그중 교향곡 5번 중 부인 알마 말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4악장 'Adagietto' 널리 사랑받고 있다.
또 음악가들은 음악제를 연다.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제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의 여름음악제, 독일에선 바이로이트 음악제, 드레스덴 모리츠부르크 8월 음악제, 다름슈타트의 현대음악세미나, 영국의 에딘버러, 스위스 루체른 음악제 등이 있다. 이들 음악제에선 고전음악으로부터 현대음악까지 많은 장르의 곡들이 연주된다.
우리나라 역시 여름이면 곳곳에서 음악제가 열린다. 7~8월에 한국에선 평창 대관령 음악제, 대구현대음악제가 열린다. 그리고 해마다 대전에선 대전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올해도 다양하고 실력 있는 연주자와 음악 단체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대전 시민들을 기다린다. 음악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좋은 음악회가 시민들을 기다린다.
음악은 음원이나, CD, 인터넷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 매체들을 통해서 원하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우리는 감동을 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재 연주는 녹음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지난 칼럼을 통해 소개한바 음악회장에서는 시대(시간), 공간을 초월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작곡가, 연주자, 청중이 음악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 여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감염자가 2만 명대가 되었다. 코로나의 위험은 아직 남아있다. 이 여름 가족과 함께 코로나 청정 지역 음악회장에 가자. 그리고 함께 이 무더운 여름을 음악과 함께 보내는 거다. 음악은 여러분들에게 감동과 함께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힘을 줄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코로나 19 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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