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획은 숨겨진 대전의 명소를 찾기 위해서다. 대청호부터 계족산, 한밭수목원 등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많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장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소소하게 이름난 지역의 명소를 찾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첫 번째 대전 둘러보기는 대덕구다. 어쩌면 대덕구민조차 몰랐을, 어쩌면 다들 알고 있는 명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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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 소류지는 한마디로 늪이다. |
날씨가 변화무쌍한 7월이다. 장마 전선 영향으로 어느 저녁에는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기도 하고, 어느 아침에는 습도가 높아 집을 나서기 전부터 땀을 흘리기곤 한다. 그럼에도 여름이 좋은 이유는 아주 가끔은 상상보다 예쁜 하늘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대덕구의 숨겨진 명소를 찾겠다고 부랴부랴 떠난 날도 그랬다. 아침까지는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점심부터 맑아졌고, 명소에 다다랐을 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떼가 맞이하는 소소한 복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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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늪이 그려낸 그림같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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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정으로 오르는 길, 마음이 탁 트이는 풍경이다. |
▲법동 소류지(대덕구 법동 353-27)=오후 3시쯤, 급하게 차를 돌려 대덕구 법동으로 향했다. 법동은 계족산과 성재산, 매봉산 3개의 산줄기와 이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찾아갈 명소는 산이 아닌 아주 작은 저수지라 불리는 '소류지'다. 소류지는 저수시설 중 소규모에 해당하는 곳을 부르는 말로, 늪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수지가 물을 사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생겨난 곳이라면, 소류지는 자연스럽게 생성된 곳으로 주로 외진 곳에 위치한 특징이 있다. 또 소류지는 개인 사유지가 아닌 관할 지역구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법동 소류지로 가는 길은 매봉중학교에서 왼편에서 틀면 법동 소류지 터널 입구가 나온다. 좁은 굴을 하나 지나자 법동구민 휴식공원이 있다. 계족산 봉황정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따라 걷다 보면 금방 소류지가 나온다. 법동 소류지는 딱 보는 순간 '아 늪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는 규모다.
한여름 한낮 찾아간 법동 소류지는 초록의 풀이 무성하게 자란 소담한 연못 같았다. 수위는 가늠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살펴본 바 깊은 늪은 아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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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잠기지 않은 곳에서는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다. |
봉황정을 오르는 사람이 많은 탓일까, 법동 소류지는 그래도 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이었다. 소류지 중심지까지 나무 데크가 조성돼 있어서 소류지 중심부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소류지는 여름의 하늘을 고스란히 품어줬는데, 마치 유화 물감으로 ‘슥슥’ 그려낸 그림 한 폭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소류지는 큰 감흥을 느끼기엔 작고, 반드시 찾아갈 명소에 이름 올리기엔 미약했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음을 깨닫고, 산책하며 들러볼 법한 소소한 힐링을 주는 곳으로는 손색이 없는 명소였다. 이는 필시 한여름의 아름다운 선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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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 소류지와 함께 소개하려고 했으나, 흙탕물로 변해버려 아쉬웠던 연축 소류지. 연축 소류지가 법동 소류지보다 더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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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힘은 꽤 크다. 회덕 신대동 메타세쿼이아길. |
▲회덕 메타세쿼이아길(대덕구 신대동 21-3)=법동을 떠나 이번에는 신대동과 회덕 쪽으로 차를 몰았다. 대덕구의 숨겨진 명소를 찾다가 한 블로그에서 알게 된 이곳은 메타세퀘이아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 '포토스팟'이다. 대덕구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 곳이 있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단 찾아가는 길은 생소함의 끝이었다. 회덕 아우디 서비스센터를 지나 고가도로 옆길로 빠져나가면 소규모 공업단지가 나온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길이 없는데"를 되새기다 보면 도로 양옆으로 오래오래 자라난 듯한 메타세쿼이아가 빼곡한 숲이 등장한다. 마치 작은 문 하나 지났을 뿐인데 이상한 나라에 갔던 앨리스처럼 눈도 마음도 휘둥그레지는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여름, 초록, 나무, 숲길, 파란 하늘까지 '찰칵찰칵'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힘이 이끌리듯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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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도로공사가 조성했나 보다. 관리도 한국도로공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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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나무가 그려낸 예쁜 풍경. |
다만 이곳은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경계에 위치해 있다. 사실 양옆으로 지나가는 고속도로 차량 소음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방해 요소였다. 아마도 이곳은 숨겨진 정원 같은 곳이리라.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에게 더 무성한 숲은 뭘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초록의 숲을 보며 눈의 피로를 풀게 하기 위한 찰나의 쉼을 주는 마법 같은 공간 말이다.
회덕 메타세쿼이아길은 완전한 힐링은 다소 어렵지만, 그럼에도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주는 에너지만큼은 부족함이 없다. 그저 스쳐만 갔던 길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곳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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