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연고지로 뛰고 있는 K3리그 대전한국철도축구단이 전용 연습장이 없어 수개월째 관내 운동장을 떠돌고 있다.사진은 월드컵보조구장을 빌려리그를 치르고 있는 한국철도축구단 |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이전에는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홈구장 겸 연습구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보조구장까지 철거 계획에 포함되면서 현재는 충남대 북부운동장과 사정공원 인조구장, 안영생활체육공원, 한밭대 운동장 등 대전 관내 운동장을 전전하고 있다. 한밭대 운동장을 제외한 다른 구장은 인조잔디 구장이다. 김승희 한국철도 축구단 감독은 "경기력 유지를 위해선 홈구장과 같은 조건을 갖춘 연습구장이 필요한데 인조잔디의 경우 구장 간 시설 환경이 너무 다르고 부상 위험이 커 선수들의 기량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밭대 운동장이 유일한 잔디 구장이지만, 경기장 곳곳의 높낮이가 낮아 부상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선수들이 금방 지치고 바닥이 미끄러워 몸을 푸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며 "명색이 프로 선수들인데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것 같다. 감독으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시체육회와 대전축구협회도 한국철도구단의 연습구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홈경기마다 직원들을 파견해 경기장 운영을 돕고 있고, 연습구장 섭외를 지원하고 있으나 가뜩이나 부족한 지역 체육 인프라에 한밭종합운동장마저 대안 없이 철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시는 "우리 지역을 연고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시비를 들여 지원하고 있지만, 한밭종합운동장에 준하는 경기장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서남부스포츠타운 건립까지 선수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현 충남대스포츠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78년 전통의 축구단이 연습구장 없어 떠돌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대전시와 지역 체육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팀과 선수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만에 하나 한국철도가 지역의 무관심과 홀 때로 연고 이전이라도 하게 된다면 대전 체육 행정에 상당한 상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철도구단 관계자는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상 연고 이전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연습구장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사기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지역 체육인들과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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