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1부에서는 '대전문학 미래 방향의 제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는데 박헌오 대한시조협회 이사장이 주제자로 발표를 했다.
박헌오 이사장은 "대전 문단이 나름대로 평화롭고 안정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면 미래는 어떨까? 나에게 주신 주제가 '미래의 제언'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질문을 드린다. 대전 문학의 미래는 <있다, 없다> 대전 문인인 나는 대전 문학의 미래를 스스로 <열겠다. 모르겠다> 여기서 그리는 미래는 시간적 흐름이 아니라 발전과 성장으로 변화하는 진전으로 생각해 보자. 또 발전이란 말은 문학의 흐름이나 사회적 변화와의 상대적인 비교의 문제로 생각해 보자. 사회의 변화나 문학의 외적 환경이 발전하는 것보다 뒤처지는 속도로 보행한다면 그것은 퇴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미래는 없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사는 문인들이 발전을 위한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고 '나는 모르겠다'라고 하는 방관자가 된다면 미래는 안 열린다. 그렇다면 대전 문단은 안정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진부하게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늘 새로운 미래를 앞에 두고 어떤 충격이 필요한 지지에 대하여 현실적인 입장에서 성찰해 보고 문제의식을 제기해보고자 한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제안했다.
*대전 문학의 미래상
첫째, 대전 문인 상(像) : 문인은 고결한 지성인으로 시민의 존경을 받는 존재이어야 한다. 문학정신, 문학작품, 문인의 품격, 사회적 덕망이 갖추어져야 문인다운 문인이다. 문인명단을 놓고 문인답지 못한 사람을 뽑아 본다면 과연 나 자신은 어떨 것인가? 문인명단에 있는 문인 중에 몇 사람이 제외대상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문인다운 문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인의 명예나 품격은 문인의 의무를 다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둘째, 대전 문학상(像) : 대전 문학의 위상은 어떠한지를 생각해 보자면 상대적으로 대전 문학이 다른 지역 문학이나 다룬 분야에 비하여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대전 문학은 문학의 전통을 잘 계승해서 튼튼한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가? 대전 문학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도해 나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대전 문학의 비전과 정체성이 갖추어져 있으며 그 실현 의지가 있는가? 대전 문학은 시민을 문학적 정서로 물들일만한 매력을 가졌는가? 대전 문학이 대전의 사회발전이나 경제발전에 얼마만큼 유익한 동기를 부여하고 기여하고 있는가? 그 모든 물음은 바로 그래야 한다는 의지의 역설적 표현이다.
셋째, 문학환경과 문학 인프라 구축 : 문학 인프라와 문학적 환경은 큰 갈래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적 측면과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의 수월성 확보라는 측면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면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시민이 체험하고 감명을 받을 수 있는 문학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가? 시민은 대전 문인의 작품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전에 문학관 하나도 없다고 해서 작으나마 대전문학관이 건립되었는데 이용실태는 어느 정도며 얼마나 아끼고 안타깝게 생각하는가, 그 협소한 문학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떤 문학관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그려보고 거론해 보았는가? 문인인 내가 문학관다운 문학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가진 분들이 얼마나 될까? 문인들은 주변의 창작공간들을 제대로 활용하려고 하는가? 대전의 저명한 문인들이 남겨주신 문학 유적들은 잘 보존되고 활용되는가? 시민들에게 문학 현장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는 문인이 얼마나 될까? 문학환경과 문학 인프라는 문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넷째, 바람직한 문학단체상(像) : 지역 문학단체는 지역의 문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집단적 노력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체이어야 한다. 나름대로 다양한 문학단체들이 다양한 역할을 스스로 수행하고자 노력한다. 대전의 문학단체들은 그 같은 역할에 충실하게 인식하고 수행하면서 성과를 거두어 가야 한다. 문학단체는 문학발전을 주도하는 중요한 세력이다. 그러나 문학단체들이 문학단체들끼리 서로 갈등이나 일으키고,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공동체가 되지 못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단체가 되고 만다. 문학단체는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라 이 시대의 지성인 집단으로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시민들이 존경심을 가지고 따라오게 되어 좋은 발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다섯째, 문학과 타 예술 장르와의 협업 : 문학은 전반적 예술문화의 기반이요 촉매제의 역할을 가진다 할 수 있다. 과연 대전 문학은 타 예술 장르의 발전을 견인해 나가면서 효과적인 협업을 실현해가고 있는가에 대하여 구체적 성공사례들이 얼마나 있을까? 전통적 예술 장르뿐만 아니라 소위 멀티미디어 세대와의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학적 표현의 양식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타 장르의 문학적 소재들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 한다.
소위 메타포스를 활용한 융복합을 결합한 문학의 다양성을 개척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대전 문학의 현실적 문제 인식도에 대하여는……
첫째, 문인들의 저서에 대하여
책(저서)은 문학적 성과물이자 매개체로서의 대표적인 것이다. 과거에는 읽을 책이 부족해서 서로 빌려다 보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 물량적으로 책은 과잉이라 할 정도로 엄청나게 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책만큼 문학은 발전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보자. 우선 책은 일반 구독자가 다만 얼마라도 지불하고 사서 볼 수 있는 구매력이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는 책이다. 가끔 악담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책을 제작해서 보내주는 양(量)이 너무 많아 '공해'라고까지 말한다. 역설적으로 대전에서 발간되는 문학 서적 가운데 역사에 남을 저서는 얼마나 될까?
둘째, 문인 등단 실태와 등단의 개념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등단제도는 작품공모에 수상하는 경우와 문학지에 추천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작품공모는 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당선을 차지함으로 우수한 문인을 발굴하기 위한 제도이고, 추천제도는 손꼽히는 문학지에 저명한 추천위원의 추천을 3회에 걸쳐 받으면 문인으로 등단을 인정받는 것인데 추천을 완료하기까지는 보통 3년 정도 치열하게 노력해야 가능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학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면 기성 문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전통적인 추천제 등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월하고, 그만큼 작품 수준의 보장이 불확실하다. 등단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다는 긍정적 작용은 있지만, 문인이라는 명예로움은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등단은 입학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등단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등단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등단 이후에 얼마나 다시 배우고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문인다운 문인이 완성 된다.
셋째, 문학상 제도 운용에 대하여
문학상은 전통적으로 대단히 명예롭게 여겨왔다. 그래서 문학상이 명예롭게 여길 수 있도록 운영된다면 전항의 등단자 들과 차별화하여 문학상 수상 작가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 기준은 모호하다.
그러나 현재 문학상이 우후죽순처럼 너무 난립하고, 운영 방법도 천차만별이어서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법제화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문학상의 제정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수상을 명예롭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넷째, 문학단체에 대하여
역사성을 생각해 본다면 대전 문학단체의 종가는 한국문인협회 대전지부라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그 이후 문단 환경의 변화에 따라많은 문학단체들이 결성되고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문학단체 가운데는 문학적 연대와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연전에 대전 문인협회와 대전작가 회의가 연대 협력하기로 뜻을 같이하고 행사를 같이한 바 있어 고무적인 일로 여겼으나 지속적인 발전의 기반을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문학 단체 간에 공통적 협력과제가 많을수록 화합의 기반은 공고해진다. 문학단체끼리 협력이 중요하고, 그 중재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관은 문학관이다. 문학관의 통찰력 있는 운영과 문학관에 대한 각 단체의 긍정적 참여가 긍정적으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대전 문인협회 회원들의 참여에 대하여
회원들의 참여에 관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회원으로서의 회비납부와 작품활동이라 할 것이다. 회비납부 상황은 실질적인 참여도의 측정 기준이 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활동 기간도 길어져 실제 사회활동 측면에서 보면 60대가 청년이요, 70대가 장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비납부는 관심과 직결되므로 회비를 면제받는 것이 참여 의욕에서 보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과거에 연로한 분들은 회비를 면제해 왔는데 단체별로 그 기준은 다르다.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전 문인협회의 경우 75세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회원의 구성 분포로 보아도 70세 전후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회비를 면제받는 것이 참여 의욕의 저하와도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작활동에 있어서 발표 기회의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회원 작품활동의 가장 중요한 매체는 기관지이다. 현재 대전 문학을 계간지로 발간하고 있는데 원고가 넘쳐 횟수나 원고량을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소한 격월간으로는 발간이 돼야 회원들의 작품발표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 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섯째, 문학과 주변환경과의 문제에 대하여
문학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과의 문제는 충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보사회의 진화는 놀랍도록 빠르게 진행되어 현재 5G 시대에 접어들었다. 물론 1G 세대부터 5G 세대가 상호 공존하고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단의 총체적 입장에서는 5G 세대와의 상호 협력이 원활하지 못하면 적응력이 약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학습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교육과 상호 도움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AI문학관(5G문학관) 또는 메타포스 문학은 관련된 다른 예술세계와의 조화로운 협력 창출 뿐만 아니라 미래세계와의 가상현실 체험문학관으로도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진부한 문학의 안주(安住)만으로는 안 된다. 음악인들이 점차 작사, 작곡, 연주, 영상 제작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로 발전해가고 있다. 더불어 유행을 주도해가는 힘이 세지고 있다. 음악인의 작시가 시인의 시를 능가하는 매력을 가진 경우도 많으며, 음악을 위한 시의 창작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작사는 시와 관계가 없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대전 문학의 미래를 위한 문인의 과제와 역할에 대하여는……
대전 문인은 대전 문학의 주역이자 이 시대 한국 문단의 일원이다.
문인다움이 요구된다. 각자가 어떻게 독창적인 자기의 문학세계 개척을 통하여 독보적인 문인이 되고 대전 문단에 이바지하며, 이 시대의 문학사를 써갈 것인가를 자각하여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극적으로 생각나는 글이나 쓰는 데 만족하면 미래를 개척하는 문인의 책무를 소홀히 하기 쉽다. 시조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고 싶지 않다. 한국의 시인들은 모두가 민족 전통 시조를 능숙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시조는 어려워서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시조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유시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임이 쓰시는 시는 어디에 뿌리를 둔 것인가?'라고 물으면 소네트인지, 한시인지, 하이쿠인지, 카프 문학인지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자기 문학세계를 분명히 하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인 한글로 쓴 시가의 전통을 기반으로 삼아서 개성 있는 자유시 형을 개척해 가기를 권하고 싶다.
*박 이사장은 맺음말에서……
"흔히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을 많이 쓴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가 바뀌어도 대전 문학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평지 보행을 하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아는 미국의 한국학 교수(피터슨) 의 유튜브 이름이 '우물 밖의 개구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더구나 그분(마크 피터슨)이 미국에서 시조를 미국인들에게 가르치는데 '1700여 명이 시조를 즐겨 배우고 있다'라는 소식을 듣고 '여기 우물 밖의 개구리가 있구나'하고 감탄하였다. 대전 문학이 우물 밖으로 뛰어나가기를 소망하면서 4물을 생각했다. 큰 사찰에 가면 범종각이 있고, 거리에는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이 걸려있다. 문인이 두드려 가슴을 열 수 있는 법고, 문인이 하고 싶은 말로 멀리 울려갈 수 있는 범종, 상상을 뛰어넘어 바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물고기 상(像)인 어탁, 하늘의 마음을 헤아리고 끌어당길 수 있는 운판이 있지 않은가? 대전 문학의 종루(鍾樓)가 될 수 있는 제2 문학관을 세울 희망을 품어본다. 대전 문학의 미래상에 대한 수많은 상상을 상징적으로 제2 문학관에 새겨보자는 의지를 다지면서 오늘의 소고(小考)를 맺는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박헌오 이사장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
대전 문학이 발전하려면 우물 안 개구리식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손혁건 회장 때도 그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듯이 이번 박순길 회장도 그 노력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전문협 회원들 가운데 출판사를 운영하는 회원이 어려 분 있는 것으로 안다. 계간지로 나오는 '대전문학'도 한 곳에만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무투표 당선된 박순길 회장께서는 우물 안의 틀에서 완전 벗어나야 할 것이다.
만일 필자의 이런 논조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여 논쟁을 벌일 것이다.
대전 문단에 박 이사장같이 바른 말을 하는 분이 있다는 게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다.
박순길 선장이 이끄는 대전문인협회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용복 / 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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