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사람냄새가 꽃의 향기가 되어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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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사람냄새가 꽃의 향기가 되어 살게 하소서

남상선 / 수필가

  • 승인 2022-07-09 21:2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는 최근에 화분 하나를 보낼 곳이 있어 화원엘 갔다. 거기는 시선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탐날 정도 자태가 아름다운 난이 즐비한 꽃집이었다. 신통할 정도 아름다운 요정의 꽃들을 감상하며 화분 하나를 고르느라 이 쪽 저 쪽 요리 조리 구석마다 헤집고 돌아다니는 데만도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화분 하나를 사가지고 왔지만 꽃이라는 요정들을 눈요기로 즐김에서였던지 정신이 한결 맑아졌고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화분 하나 사는 바람에 지불 없는 소득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았다. 그것은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기분 전환이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짧은 시간의 눈요기이었지만 삶에 지친 영혼이 활력을 얻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마음을 편안케 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글 몇 줄 쓴다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도 꽃집의 꽃향기가 몸에 배어 은연중 거실에서도 묻어나고 있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향훈의 위력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순간 상황을 놓칠세라 '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한자성어는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에서 유래된 말이다. 삼 밭 가운데에 나 있는 쑥은 누가 붙잡아 주지 않아도 삼(대마초)을 닮아서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

삼밭 속에서 자란 쑥이 삼을 닮아 곧게 자라는 것처럼 좋은 사람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 좋은 사람으로 동화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

우리 주변에도 꽃과 같은 아름다운 마음씨로 향기를 풍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 통바지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김밥 장사로 모은 돈을 충남대에 기부해서 장학 기금과 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 공연장을 만들게 한 이복순 할머니 같은 분이 바로 그런 분이며, 1960년대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했을 때 펄벅을 놀라게 했던,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의 주인 농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펄벅이 경주 시골길을 지날 때 소가 달구지를 끌고 가는데 그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고, 농부가 진 지게 위에는 무거운 짚단이 누르고 있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서양사람 펄벅이 좀 의아하게 생각하여, "왜 소달구지에 짐을 다 싣지 않고 힘들게 지고 갑니까?" 했을 때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어요. 소라고 어렵지 않은가요! 소도 어려우니 내가 짐을 나눠져야죠."

이 농부의 백만 불짜리 배려심이 바로 아름다운 꽃의 향기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겠다. 아니, 멀리 생각할 것도 없다.

노상에서 벌벌 떨며 열무 몇 단을 놓고 파는 할머니의 초라한 행색이 안쓰러워 5000원만 내고 다 가져가라는 열무 몇 단을 1만원을 내주고 거스름돈조차 받지 않았던 김용복 형님의 따뜻한 가슴이, 마음이, 바로 꽃보다 더 아름다운 또 다른 꽃이요 꽃의 향기라 할 수 있다.

한편 고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도 꽃의 향기가 되어 사신 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태석 신부님은 아프리카 남수단에 가서 신부로서, 의사로서, 병원과 진료소 학교를 짓고 의료봉사활동, 구호운동, 교육활동에 헌신봉사 하다가 대장암으로 소천하셨다.

또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 그 어머니가 안 됐다며 자신의 어머니처럼 매년 명절 때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꼭 찾아뵙고 용돈까지 드리는 수양어머니 아들, 이명근 동생 같은 사람이, 바로 꽃을 능가하는 꽃 위의 꽃이요, 천 리 만 리를 가는 그 향훈으로 사는 사람이라 하겠다.

몸소 나누는 삶을 실천하신 이복순 할머니, 소가 어려울까봐 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지게에다 짐을 지고 가는 장원감 배려심을 가진 농부, 약자를 측은지심으로 생각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김용복 형님,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착하고 가슴이 따뜻한, 수양어머니의 아들 이명근 동생, 국적을 초월한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적 희생적인 사랑, 이 모두가 너와 나의 사람냄새가 되고, 따뜻한 가슴이 되어 지구촌의 우리 모두가 함께 웃으며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뻥 튀김 아니, 핵분열 반응이라도 일으켜서 그 숫자가, 부피가, 천만 개의 산이 되고, 수천 억 톤의 바닷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중지봉(麻中之蓬)'에서 마(痲)는 삼(대마초), 중(中)은 가운데, 지(之)는 -의,봉(蓬)은 쑥을 의미하는데 우리 사람 가운데 < 따뜻한 가슴으로 사는 사람 >과 <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사람들 > 이 마(痲)가 되고, 용렬하게 사는 사람들이 봉(蓬)이 되어, 동화되어, 우리 모두가 따뜻한 가슴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가슴 따뜻하고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많은 사람 가운데 있는 용렬한 사람들이 따뜻한 가슴에, 사람냄새에, 감화 동화되어 우리 모두가 따듯한 가슴으로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삼밭 가운데 나 있는 쑥은 누가 붙잡아주지 않아도 삼을 닮아서 곧게 자란다.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다.

이 동화작용이 식물에만 국한 될 것이 아니라, 우리 사람 사회에서도 삼과 같은 좋은 사람이 많아서, 쑥과 같은 용렬한 사람들이, 따뜻한 가슴으로 사람냄새 풍기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사람들이, 화원에 있는 꽃처럼 많아져 그 사람냄새의 향훈이 천지를 뒤덮었으면 한다.

아니, 따뜻한 가슴으로, 사람냄새로, 동화되는 또 다른 ?마중지봉(麻中之蓬)'이 삼밭에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일어났으면 한다.

세상엔 선인, 악인, 부자, 빈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없이 많은 사삼들이 있지만 꽃이나 꽃의 향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듯 꽃이나 꽃의 향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한다.

따뜻한 가슴이, 사람다운 사람냄새가, 꽃이나 꽃의 향기가 되어 우리 모두가 즐기고 좋아하는 세상이 하루 속히 왔으면 한다.

오늘 따라 왜 이리 달구지 끌고 가던 순박한 시골 농부 생각이 간절한지 모르겠다.

우직한 농부의 < 소도 어려우니 짐을 나눠져야죠.> 하는 그 한 마디가 왜 이리 마음을 파고드는지 모르겠다.

아니, 따뜻한 가슴이, 사람냄새가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오욕칠정으로 멍들어가는 지구촌에 사는 너와 나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사람냄새의 향기가 되어 살게 하소서.

따뜻한 가슴이 되어 살게 하소서.

우리 모두의 사람냄새가 꽃의 향기가 되어 살게 하소서.

너와 나의 따뜻한 가슴이 우리 모두의 꽃이 되어 살게 하소서.

남상선 / 수필가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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