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장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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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장전에서

  • 승인 2022-07-09 21:1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인이 절을 지어 회주가 되었다. 꽤 많은 돈으로 일으킨 불사였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신앙과 접목시키기를 희망했다. 안목에 동화되었다.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 사찰에 들락거린 적이 있다. 할 일이 많다 보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마다 지장전(地藏殿)에 앉아 명상 해 보라 권하였다.

금분으로 장식된 목조 지장보살이 가운데 좌정하고, 좌우로 시왕이 도열해 있다. 사찰 당우 안에 홀로 앉아있어 보기는 처음이다. 염불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절로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가, 주위를 살피게 되자 점차 이것저것 눈에 들어온다. 탁상에 목탁과 책자 10여권이 놓여 있다. 경전도 있었고 의식이나 예절에 관한 것이 있어, 틈틈이 읽어 본다.

지장보살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 육도의 중생을 구원한다는 보살이다. 불교의 궁극적 이상은 성불 아닌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중생이 빠짐없이 성불할 때까지 자신의 성불을 포기한 보살이라 한다. 지장보살에 귀의하면 악도를 벗어나 해탈하여 천상락을 얻을 수 있다 한다. 누구라도 무한히 용서하고 열반의 길로 인도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보살이다.

시왕은 죽은 사람 죄업을 심판하는 명부 주재 10명의 심판관이다. 당시엔 고작 5번째 염라대왕(閻羅大王)밖에 알지 못했다. 미술 공부할 때는 세심하게 이름까지 머리에 담지 않는다. 저승길도 참 복잡하다. 일주일마다 다른 판관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불상 뒤에 탱화가 그려져 있다. 시왕탱에는 판관이 사자, 천인, 동자, 옥졸을 거느리고 재판하는 광경이 있고, 구름 아래 여러 지옥이 묘사되어 있다.



철상(鐵床)지옥은 망자를 철판에 누이고 쇠못을 박는 지옥이다. 그런가 하면, 죄인을 판자에 묶어 세워놓고 배꼽으로 창자를 뽑아내는 박피(剝皮)지옥도 있다. 발설(拔舌)지옥은 거짓말한 죄인을 형틀에 묶고 혀를 길게 늘어트린 다음, 옥졸이 혀에 쟁기질하는 곳이다. 확탕(?湯)지옥은 살생하고 그 고기를 먹은 죄인을 철창에 꿰어 끓는 가마 속에 집어넣는 곳이다. 대애(??)지옥에선 짐승 죽인자를 쇠절구에 넣고 쇠방아로 찧는다. 도산(刀山)지옥은 남에게 무기로 괴롭힌 망자를 창으로 꽂아 날카로운 칼로 된 산에 던지는 곳이다. 거해(鋸解)지옥에서는 죄인을 형틀에 묶고 옥졸이 좌우에서 톱으로 썬다. 중합(衆合)지옥은 철판사이에 죄인을 끼워 옥죄는 곳이다. 한빙(寒氷)지옥은 죄인을 빙산에 가둬 매서운 추위에 떨게 한다. 흑암(黑暗)지옥은 다음 행선지를 준비하는 곳이다.

물론, 모두 구제해야 하는 까닭에 어느 곳이든 지장보살이 함께한다. 왜 이렇게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가혹하고 처참한 징벌이 상정되었을까? 누구나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고 두려울 일이다. 구제되기에 앞서 죄를 짓지 않도록 엄중 경고하는 것이리라. 고통의 세계와 거리가 먼 선도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궁극의 목적은 구제가 아니라 극락왕생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선행하라는 것이요, 윤회를 멈추고 해탈 하라는 것일 게다.

전임 국정원장 2명이 몸담았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고발되었다고 한다. 2019년 11월 강제 북송된 북한 선원 2명과 관련하여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와 2020년 9월 공무원 서해 피격사건과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다.

예전에도 유사한 일이 수차례 있었다. 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정부 임동원 전 원장과 신건 전 원장, 천용택 전 원장은 불법 도·감청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천 전 원장만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를 면하고, 나머지는 유죄 확정 판결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의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선거법 위반 등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노무현 정부의 김만복 전 원장은 비밀누설로 2011년, 2015년 연거푸 고발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 등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사의뢰 되어, 유죄 판결로 복역했다.

사건의 실체나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배경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모두가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설마 자신과 관계없다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 공든 탑이 무너지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직무에 임하였을까? 그 자리에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아무리 오랫동안 공 들여도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임도 알아야한다. 징벌의 엄중함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무위가 된다. 아차하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두렵지 않은가? 또 하나 기억하자. 마원의 말이다. 평생토록 선을 행해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고 하루만 악을 행해도 악은 스스로 남음이 있다(馬援 曰, 終身行善 善猶不足 一日行惡 惡自有餘).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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