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밥그릇 싸움은 이제 그만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공공의료원 한의과 설치 논란 등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의사협회의 한의사 단독법 제정 재요구가 문제가 됐다. 한의협은 성명을 내고 '한의약육성법' 폐기를 요구한 대한의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오히려 한의사와 한약사만을 위한 '독립한의약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당연하게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견제에 나섰다.

의협과 합의협의 충돌은 해당 사건만이 아니다. 공공의료원 한의과 설치를 두고 맞붙기도 했다.

최근 광주광역시 의회 신수정 의원이 '광주의료원 설립 사업에 한방의료를 통한 진료 및 한방 보건지도사업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 '광주의료원 설립·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의진료과 설치에 대한 조례안을 발표한 것인데, 그 여파는 컸다.

광주시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재난·감염병·의료취약지역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의료원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한의진료과 설치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이에 광주시 한의사회는 광주의료원이 한방진료나 한방보건 지도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특정 직역에 편향된 성역을 만드는 것임이 분명하다며 맞섰다. 갈등이 심화될 기미를 보이자 광주시의회는 조례안 상정을 보류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올해 초에도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충돌했다. 한의협이 코로나19에 대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전면 시행을 선언하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한의협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모든 검사와 치료에 한의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고,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국민은 의과 의료행위로 면허된 의사들에게 RAT 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며 면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하려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맞섰다.

주요 사건마다 의협과 한의협이 서로를 부정하며 충돌하고 있는데,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갖은 대의명분을 대며 서로가 옳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 눈에는 그저 더 큰 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으로 비춰질 뿐이다.

이제는 서로를 부정하며 쌓아온 해묵은 갈등 관계를 풀어내야 한다. 의학이란 결국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는 치료방식의 차이일 뿐 어떤 것이 뛰어나다 뛰어나지 않다의 차이가 아니다. 서로의 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의료계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