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2-07-03 08:3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박병수 대전인권사무소장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우리 사회 중요한 사안이다. 정신장애인은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의 대상이 되어 왔고 위험한 존재라는 편견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정신의료기관에 입·퇴원 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판단에 의한 자유권 제한을 넘어서는 정신적·육체적 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근래에 권고한 몇 개의 사례들을 통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 현황을 보고자 한다.

첫째는 정신장애인의 입·퇴원 과정에서의 인권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2년 5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정신질환자의 신청 없이 임으로 동의입원 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으로 전환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관련 법 규정에 따르면 동의입원은 입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발적 입원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동의입원을 보호입원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퇴원요청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병원이 정신과 병동 입원을 거부하는 진정인에게 이미 '동의입원' 항목에 표시된 입원신청서를 출력해 서명만 하도록 했고 진정인이 퇴원을 신청하기도 전에 미리 보호입원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등 환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점이 확인됐다.

둘째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에 대한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1년 12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입원 환자의 격리·강박은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시행하고 격리실에 입원된 환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해당 병원 관할 구청장에게 향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당시 해당 병원이 진정사건 피해자의 자·타해 위험을 예단해 상처로 인해 봉합수술을 받은 양 손목과 발목을 강박한 것은 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CCTV가 설치된 격리실에 피해자를 격리하면서 가림막 등의 보호조치 없이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보게 하고 27시간 넘도록 배설물을 치우거나 밀폐하지 않는 채 방치한 것은 환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셋째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노동 강요 관련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1년 6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환자에 의한 병실 청소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입원 환자가 병실 청소는 한 것은 맞는데,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특정 입원 환자가 병실 청소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다른 환자들에게 부담되는 상황에서 입원 환자가 청소업무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병원의 조치는 관련 법을 위반한 노동 강요에 해당해 환자의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와 보호 목적이 아닌 징벌 목적의 장기간 격리 조치, 입원 환자의 유일한 사적 영역인 사물함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시 없이 임의로 보호실 환자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과도한 제한 등을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강제 입원에 따른 적법절차 준수와 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과 치료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원 환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고 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치료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이 충실히 적용돼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도 이제는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사회적 불리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을 통한 재활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처럼 정신장애인을 사회통합과 회복의 주체로 인식하고 회복관점에서 그들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