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대전인권사무소장 |
국가인권위원회가 근래에 권고한 몇 개의 사례들을 통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 현황을 보고자 한다.
첫째는 정신장애인의 입·퇴원 과정에서의 인권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2년 5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정신질환자의 신청 없이 임으로 동의입원 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보호입원으로 전환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관련 법 규정에 따르면 동의입원은 입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발적 입원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동의입원을 보호입원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퇴원요청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병원이 정신과 병동 입원을 거부하는 진정인에게 이미 '동의입원' 항목에 표시된 입원신청서를 출력해 서명만 하도록 했고 진정인이 퇴원을 신청하기도 전에 미리 보호입원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등 환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점이 확인됐다.
둘째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에 대한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1년 12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입원 환자의 격리·강박은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시행하고 격리실에 입원된 환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해당 병원 관할 구청장에게 향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당시 해당 병원이 진정사건 피해자의 자·타해 위험을 예단해 상처로 인해 봉합수술을 받은 양 손목과 발목을 강박한 것은 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CCTV가 설치된 격리실에 피해자를 격리하면서 가림막 등의 보호조치 없이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보게 하고 27시간 넘도록 배설물을 치우거나 밀폐하지 않는 채 방치한 것은 환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셋째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노동 강요 관련 사안이다. 인권위는 2021년 6월 정신의료기관 병원장에게 환자에 의한 병실 청소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입원 환자가 병실 청소는 한 것은 맞는데,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특정 입원 환자가 병실 청소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다른 환자들에게 부담되는 상황에서 입원 환자가 청소업무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병원의 조치는 관련 법을 위반한 노동 강요에 해당해 환자의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와 보호 목적이 아닌 징벌 목적의 장기간 격리 조치, 입원 환자의 유일한 사적 영역인 사물함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시 없이 임의로 보호실 환자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과도한 제한 등을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강제 입원에 따른 적법절차 준수와 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과 치료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입원 환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고 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치료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이 충실히 적용돼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도 이제는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사회적 불리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을 통한 재활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처럼 정신장애인을 사회통합과 회복의 주체로 인식하고 회복관점에서 그들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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