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 최근 서울고등법원 2021나 2026893 판결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사건의 개략적인 사실관계는 이렇다.
약국을 운영하던 임차인은 임차보증금 7억 2500만원, 월 차임 1000만원으로 약국을 운영하다가 10년이 경과해 임대차가 종료될 무렵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10억원, 월 차임을 3000만원으로 올려 줄 것을 요구했으나 서로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기간이 만료돼 종료됐다. 이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인이 지나치게 높은 월세를 요구하여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했다고 하면서 권리금에 해당하는 4억원 상당의 손해 배상을 요구한 사건이다. 객관적 사실로는 기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한 사실은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월 차임에 대한 감정 결과 임대차보증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적절한 월 차임 상당액은 2214만원인데 임대인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의 월 차임을 요구한 것은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권리금 상당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단과 완전히 상반된 판단을 했다. 임차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는데, 1심과 2심의 판결이 갈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임차인이 새로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기존에 임차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하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면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하는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면서 신규임차인 주선이 없어도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는데, 1심 법원은 기존의 임차인에게 갱신 협상을 하면서 고액의 월 차임을 요구한 것 자체가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반해 2심 법원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에게 고액의 월 차임을 요구하는 등의 방해행위를 해야 하는데, 이 사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한 사실이 전혀 없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는 행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임대인이 종전 임차인에게 현저히 높은 월 차임을 요구했었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인이 명시적으로 새로운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임대인이 명시적으로 신규임차인과 계약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임차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규임차인 주선이라는 행위를 명확히 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임차인들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송은석 행복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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