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휠체어에 날개 달고 대전 동구를 찾은 차인홍 교수, 그리고 피아노 요정 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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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휠체어에 날개 달고 대전 동구를 찾은 차인홍 교수, 그리고 피아노 요정 고선영

김용복/ 극작가, 예술평론가

  • 승인 2022-06-28 09: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 동구에 모처럼 만에 별이 나타났다. 휠체어에 날개를 달고 미국서 날아온 것이다.

동구의 영광이자 대전의 영광이었던 것이다. 차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분이라 해서 영광이 아니요, 피아노 요정 고선영 교수를 대동해서 왔기에 영광이 아니며, 동구를 천지개벽으로 이끌었던 황인호 청장이 초청했다 해서 영광이 아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봉수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보라, 피아니스트 고선영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차 교수의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퍼지자 동구청 대 강당에 흐느끼는 소리가 예서제서 들리기 시작했고, 내 곁에 앉았던 어느 노파도 마스크를 눈까지 끌어 올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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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하는 차인홍 교수
많은 청중들이 왜 이토록 흐느끼며 눈물을 닦았을까? 그리고 필자는 왜 '대전 동구에 모처럼 만에 별이 나타났다'고 하였을까?

차인홍 교수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어려서부터 소아마비와 싸워 이기는 성장과정을 겪으면서 쌓인 힘든 삶에서 비록됐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가 살던 고향은 대전 동구 대동이다. 과거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전 동구 대동이란 동네는 꽃피는 산골도 아니고, 봉수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도 아니다. 가난에 찌든, 그래서 열차가 도착하면 버려지는, 타고 남은 석탄을 주어다 살던 그런 동네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1급 장애를 가지고 어렵게 살았다. 당시에는 휠체어도 없었다. 지극히 가난한, 그래서 월사금이나 기성회비도 낼 수 없어서 돈을 내고 다니는 국민학교조차도 다니지 못했다.

그런 과거사 이야기를 한 다음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동네'를 흐느적거리며 연주했고, 피아니스트 고선영은 그 흐느적거림에 부채질까지 하며 피아노 건반을 느껍게 두드렸던 것이다.

이처럼 많은 청중들에게 느꺼운 감동, 감동을 주었기에 별이 나타났다고 한 것이다.

차인홍 교수는 어려서는 그 유명한 지휘자 고영일 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았고, 그 결과로 미국 사우스 캘롤라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단원을 역임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객원지휘하며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친 음악가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소아마비를 딛고 음악가로 성장한 그의 인생은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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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홍 교수가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케스트라 지휘하는 모습
그리고 그가 이렇게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강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받아들인다'는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의 장례식장에 가 보면, 마치 축제 분위기라는 것이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한쪽에선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다른 한 쪽에선 마시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소아마비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둘째가, '기다림' 마음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했다.

여러 번 자살을 맘 먹었다가도 '기다림'의 단어를 생각하며 지금까지 기다림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오늘의 영광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했다.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 했듯이 모든 일에 불만을 품거나 불평하지 않고 감사하는 생활을 하면 신의 축복이 내린다 했다. 감사하며 사는 마음, 그 마음이 있기에 오늘까지 버티며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넷째가, '자존감'을 갖고 살고 있다 했다.

그가 충북도 어느 시골학교에 초청받아 갔는데 전교 학생수가 아홉 명이고 그 가운데 한 학생이 자신처럼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학생이 그렇게 의젓할 수가 없었다 했다. 자존감,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

다섯째가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범사에 주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없다. 자신이 오늘 이처럼 동구청 강당에서 발달 장애인들과 성세재활학교(교장:김일수)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며 연주를 하게 된 것도 '받아들이고' '기다리며' '감사하는 생활', 그리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에 가능하다 했다.

이곳에 있던 많은 청중들이 울고 있을 때 한바탕 웃는 일이 벌어졌다.

차인홍 교수가 미국에서 돌아와 자신의 집을 찾았을 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모습 그대로라 찾기가 쉬웠다고 하니까, 황인호 동구청장이 받아넘기는 재치 있는 말.

"차 교수가 왔을 때 고향집을 찾지 못할까 봐 그곳의 개발을 미뤄왔다'고 응답했던 것이다.

재미있고 감동된 시간이었다.

황인호 동구청장이 머리말 인사에서 "이번 교육아카데미 명사 특강을 통해 코로나로 힘들었던 구민들에게 문화향유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듯이 힐링의 시간이 충분했다고 본다.

특강이 끝나자 휠체어를 타고 온 많은 분들의 입에선 태양이 물려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강의가 끝난 후 기념 사진 촬영하느라 줄을 서고 있었다.

기대가 크다, 차인홍 교수여.

그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미국 전역과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이태리 등 국제적으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한 음악계의 거목인 것이다.

거기에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받아들이고 기다린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 예술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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