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뉴스디지털부 기자 |
12년 만에 이룬 대전시정 교체인 만큼, 당선인은 7월 1일 취임과 함께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일찌감치 대대적인 정기인사 단행 의지를 밝혀왔다. 시청 조직개편과 함께 산하 기관장들의 물갈이마저 예고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장들의 거취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당선인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선 공동경영과 공동책임의 큰 틀이 유지되고 있으며, 시정 책임자와 정치·행정마인드가 같으신 분들은 모시던 분이 떠나면 함께 떠나는 게 순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선인과 손발을 맞추며 같은 행정 철학을 펼칠 새로운 인물들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둔산예술단지에 포진한 전문성을 강조하는 시 산하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이어, 대전문화재단과 관광공사, 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 문화정책을 주도하며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기관의 수장들은 요즘 때아닌 '한여름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임기보장'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임명권자가 바뀌고 새로운 퍼즐 한 조각을 집어 든 상황에서 이전의 퍼즐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림 앞에 앉은 사람 손에 달렸다.
1990년대 초 세계의 전자시장을 돌아보며 놀랍도록 발전한 현실을 눈으로 확인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언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산업·국제화가 성장의 핵심 요인이던 당시 기업 정신에 맞는 경영철학으로 지금까지 회자하지만, 현시대의 행정에 접목하기엔 매우 거칠고 섬세함이 모자라는 발상이다.
문화예술 정책은 '전문성과 지속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꽃 피울 수 있는 분야다. 점령군처럼 나타나 취임 초기부터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선 더는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경영평가와 정책의 방향성을 중심 잣대로 놓고 '교체와 유임'을 잘 가려내야 한다. 내 사람 내리꽂기가 아닌,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사 단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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