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덕연구단지는 늘 대전의 외딴섬이었다. 대전시민들은 그 섬의 조경이나 환경을 감상하거나 활용하는데 차단되어 있다고 여겨왔다. 그 섬의 석박사급 연구원들도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따로 살고 있었다. 그 섬의 중심에 카이스트(KAIST)가 있다. 카이스트는 국내 이공계 최고의 대학으로 매년 2500여 명의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에 거의 대전에 자리를 잡지 않고 타 도시로 떠나고 있다. 이들에게 대전은 공부하는 동안 잠시 머물다 가는 정거장에 불과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명문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은 거의 실리콘밸리 지역에 남아 창업이나 취업을 한다. 그래서 미국 내 다른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인재들이 항상 몰려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 최고의 IT도시가 된 이유다.
대전이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같은 카이스트 인재들이 졸업 후에 외지로 떠나지 않고 대전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왜 대전을 떠나는가? 이유는 하나다. 대전이 재미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를 '노잼'에서 '꿀잼' 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카이스트로 모여들고 그들이 졸업 후에도 대전에 정착한다면, 타 지역의 인재들도 대전으로 모여들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말이다. 대전시가 문화예술 불모지라는 오명은 바로 '노잼'이라는 의미이다. 이제 대전시가 대덕연구단지의 중심에 서 있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좌뇌의 과학기술에 우뇌의 문화예술을 접목하여 재미있는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을 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전은 과학기술에 문화예술을 접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 '오징어 게임'을 대전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필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딸이 알려줘서 알았다. 미국 하버드와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실리콘밸리에 정주하고 있는 필자의 딸이 '고향인 대전에는 스텐포드대학교와 같은 카이스트가 있고,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도시'라고 자기 동료들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오징어 게임이 대전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국내는 물론 대전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대전이 노잼도시에서 꿀잼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전시는 물론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도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대전시가 문화예술의 감성이 흐르는 도시로 거듭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더이상 대전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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