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환 이사 |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5월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이미 인구의 절반 이상(약 2600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수도권 외의 지역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몇 년 전부터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먼발치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사라진다니 여러 매체에서 마주한 이 단어를 피부로 느낄 줄 몰랐다.
며칠 전 마을 잔치에 간 적이 있다. 자라오면서 들었던 마을 잔치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 잔치의 모습은 각 주민의 역할이 있었고, 동고동락한 이웃들과 왁자지껄하며 북적이는 마을의 경사이자 축제였다. 그러나 현실은 한적하고 적막한 잔치였다. 축제의 모습은 각기 다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작은 충격을 보고 말았다. 바로 출장뷔페. 한 사람은 재료를 손질하고, 다른 사람은 솥을 끓이며, 또 다른 사람은 과일을 썰고 있는 모습이 아닌 업체에서 세팅해주는 식사 말이다. 신기함을 금치 못한 난 이장님에게 조심스럽게 대화를 걸었다. '요즘엔 출장뷔페로 잔치하나 봐요.' 되돌아온 답변은 '마을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요새는 직접 차려주는 식으로 바뀌었어.' 이젠 잔치가 늘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른 날에는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제 초등학교엔 한 학년당 1개의 반, 많게는 2개의 반까지 밖에 없었고, 학급당 학생은 20명 남짓이었다. 학생들과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2-3년 전엔 어땠는지 질문을 하였는데 전에 살고 있지 않아 모른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정주 환경이 바뀌어서 전학을 온 아이들, 곧 이사를 가야 한다는 다른 아이의 말이 뇌리에 스쳤다. 인구가 줄어드니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는 세대들이 늘어났구나. 지금 세대들에겐 지역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얇게 존재하는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폐교, 대학교 학과의 통폐합. 지방에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은 청년세대에 한정적이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활력인구, 생활인구, 함께인구’ 등의 단어를 지역마다 내세우고 있다. 나의 주변에도 대전에 거주하지만 금산, 옥천, 공주 등에서 생활인구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속해서 활동할 계획을 하고 있다. 청년들의 유입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통합도 중요하다.
도시도 안일할 수 없다. 대전의 인구는 줄어들고, 고향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공동체의 해체, 1인 가구의 급증 등 이런 현상에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머무는 곳에 마음을 둘 곳이 있다면 고향이 주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방소멸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에선 여러 방면의 정책을 세우고 예산이 투여되고 있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사라지지 않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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