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사라지는 살아지는 나의 고향

  • 오피니언
  • D-MZ:청년칼럼

[D-MZ] 사라지는 살아지는 나의 고향

복동환 대전 여민회 이사

  • 승인 2022-06-27 08:13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복동환
복동환 이사
중도일보에 MZ세대 필진들이 모였다. 'D-MZ'(Daejeon-MZ generation)는 변혁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하기 위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5월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이미 인구의 절반 이상(약 2600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수도권 외의 지역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몇 년 전부터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먼발치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사라진다니 여러 매체에서 마주한 이 단어를 피부로 느낄 줄 몰랐다.

며칠 전 마을 잔치에 간 적이 있다. 자라오면서 들었던 마을 잔치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 잔치의 모습은 각 주민의 역할이 있었고, 동고동락한 이웃들과 왁자지껄하며 북적이는 마을의 경사이자 축제였다. 그러나 현실은 한적하고 적막한 잔치였다. 축제의 모습은 각기 다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작은 충격을 보고 말았다. 바로 출장뷔페. 한 사람은 재료를 손질하고, 다른 사람은 솥을 끓이며, 또 다른 사람은 과일을 썰고 있는 모습이 아닌 업체에서 세팅해주는 식사 말이다. 신기함을 금치 못한 난 이장님에게 조심스럽게 대화를 걸었다. '요즘엔 출장뷔페로 잔치하나 봐요.' 되돌아온 답변은 '마을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요새는 직접 차려주는 식으로 바뀌었어.' 이젠 잔치가 늘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른 날에는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제 초등학교엔 한 학년당 1개의 반, 많게는 2개의 반까지 밖에 없었고, 학급당 학생은 20명 남짓이었다. 학생들과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2-3년 전엔 어땠는지 질문을 하였는데 전에 살고 있지 않아 모른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정주 환경이 바뀌어서 전학을 온 아이들, 곧 이사를 가야 한다는 다른 아이의 말이 뇌리에 스쳤다. 인구가 줄어드니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는 세대들이 늘어났구나. 지금 세대들에겐 지역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얇게 존재하는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폐교, 대학교 학과의 통폐합. 지방에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은 청년세대에 한정적이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활력인구, 생활인구, 함께인구’ 등의 단어를 지역마다 내세우고 있다. 나의 주변에도 대전에 거주하지만 금산, 옥천, 공주 등에서 생활인구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속해서 활동할 계획을 하고 있다. 청년들의 유입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통합도 중요하다.

도시도 안일할 수 없다. 대전의 인구는 줄어들고, 고향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공동체의 해체, 1인 가구의 급증 등 이런 현상에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머무는 곳에 마음을 둘 곳이 있다면 고향이 주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방소멸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에선 여러 방면의 정책을 세우고 예산이 투여되고 있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사라지지 않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