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운 좋게도 마지막 날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필자를 알아본 이덕주 화가가 반가이 맞아주며 안내를 해주었다.
45명의 여류작가가 출품한 작품들이 저마다의 멋을 품어내고 있었다.
대전여류화가회는 1999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정기전을 개최해오고 있으며, 올해 제24회째를 맞고 있다고 했다. 회원 대부분이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전국공모전에서 입상 및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중견작가들로 구성된 미술단체인 것이다.
대전여류 화가회 회원들 / 사진 제공=대전여류 화가회 |
조향순 회장은 "창의적 사고와 문화융성의 모토 속에서 사회는 우리 화가들에게 현실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인지하고 수용하며 예술작품을 통하여 소통의 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예술을 창작하고 즐기는 우리 화가들의 몫"이라며 "화가만이 즐기는 작품이 아니라 화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변화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고 인사말에서 밝혔다.
참여작가는 조향순 회장을 비롯해 고진영, 권길자, 권미영, 권향희, 기현숙, 김복순, 김순미, 김옥연, 김용숙, 김진선, 김진숙, 김희정, 박미희, 박정애, 배경숙, 손현숙, 송명재, 송연희, 안병란, 우계선, 원인숙, 유미자, 윤애수, 이경숙, 이덕주, 이명자, 이상무, 이소옥, 이소정, 이애란, 이지영, 이향숙, 임재록, 임효진, 전인선, 정영심, 조나정, 조정희, 최단아, 한영순, 한은순, 한종경, 홍춘기, 황충자 등(가나다 순) 4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덕주 화가의 '환희' |
나팔꽃은 꽃 모양이 나팔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관상용으로 널리 심고 있지만 원래 씨를 약으로 쓰기 위해 도입한 식물이다. 민간이나 한방에서는 씨가 소 한 마리와 맞바꿀 정도로 약효가 탁월하다고 하여 견우자(牽牛子)로 부른다.
나팔꽃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더위 따위에 아랑곳없이 싱싱하고 탐스런 꽃이 핀다. 꽃빛깔은 적자색, 주황색, 흰빛 등 다양하며, 품종 역시 남색에 흰빛 테두리 또는 흰빛에 남색 테두리의 꽃 등 각양각색의 1,000여 종류가 알려져 있는데 이덕주 작가가 화폭에 담은 나팔꽃은 주황색의 나팔꽃을 그려 그 화려함을 더했다.
나팔꽃은 흔히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으로 부른다. 아침 일찍 화려한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은 햇빛이 강한 정오가 다가오면 꽃잎을 오므린다. 따라서 저녁에 지는 꽃이 아니라 정오에 지는 꽃이다. 일본 격언의 '나팔꽃도 한 때'는 덧없이 빛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나팔꽃은 유럽에서 용기와 힘을 상징하는데 아침에 피는 나팔꽃은 호주 등 일부 나라에서 새벽의 힘찬 남자의 발기를 묘사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나팔꽃을 '한낮의 미녀'라 하여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한다.
이덕주 화가는 나팔꽃의 화려함 보다는 그 유용함을 바탕에 두고 그렸을 것이다.
조향순 화가의 '피어나다' |
'꽃'은 사물에 내재된 본질에 해당된다. 조향순 회장은 존재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이름 모를 꽃을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조향순 화가의 간절한 욕구와 시도에도 불하고 꽃의 본질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피어나다'라는 추상적인 제목을 달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어둠으로 가득찬 세계를 방황하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이승만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유 민주주의 나라로 변신하게 되었고,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능력으로 5천 년 가난을 물리쳤다. 그 이후 좌파정권의 천방지축에 시달리면서 코로나19의 전염병에 2년여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피어나다'의 제목 속에는 '벗어나다'라는 암유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아니 그렇소 조향순 회장님.
이명자 화가의 '첫날풍경' |
개소식이나 기념회, 또는 어느 문인들이나 예술인들의 기념회 날인지도 모른다.
케이크에 촛불이 켜있고 많은 지성인들이 모여 박수치고 카메라 셧터를 누르는 모습과, 둘레의 벽에는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는 모습으로 보아 대전여류화가회 23회 전시회 첫날의 풍경을 담았는지도 모른다.
배경숙 화가의 '화려한 외출' |
보라, 그가 화폭에 담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그 어느 의상보다 눈에서 풍겨나는 매력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사랑하고 싶은 여인. 화려한 외출에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 아마 그 여인은 배경숙 화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보는 배경숙 여인이 화폭에 담겨진 여인과 같았기 때문이다. 차 한 잔 나누며 그 아름다운 눈매에 푹 빠지고 싶은 심정은 나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아쉽다. 모든 분들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싶었으나 화가들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필자가 만난 분들만 소개하게 된 것이.
권길자님의 '그해 가을', 고진영 화가의 '울타리 안의 봄', 권미영 화가의 '기억...스며들다'. 기현숙 화가의 '지중해', 등 모두가 궁금증이 더해지는 그림들이다.
그래서 25회가 기다려진다.
다음 해에는 어떤 그림들을 가지고 다가오게 될는지.
김용복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