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배려하는 마음과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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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배려하는 마음과 정치사회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6-24 05: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일지라도 들여다보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자연 경관은 물론, 도시 계획이나 건물의 설계부터가 다르다. 자제나 공법이 바뀌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시멘트 건축물의 수명이 길게는 200여년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시멘트 건물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만큼 그리 오래지 않은 기간이라는 말이다. 짧지만, 세월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새로 형성된 마을에 가면 부지불식 느낌부터가 다르다.

반석동에 있는 한의원에 갔다. 진료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자기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1층은 한의원이고 2층은 살림집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외부나 내부도 특이했다. 한의사 부부가 건물만큼이나 별난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임이 절로 느껴진다. 2층을 리모델링하고 입주하기 전에 전시회용으로 잠시 빌려 준 것이란다. 발상 자체부터가 놀랍다. 게다가 차 대접이며 안내를, 작가와 작가 친구가 다수 있음에도 주인 부부가 손수 해준다. 전시회 관람 차, 오가는 사람도 많다. 이 동네 사람은 의식부터가 다른가 하는 낯설음이 있었다.

유유상종인지 모를 일이다. 전시하는 도예 작가의 언니가 대학 동기이다. 동생의 작품전에 언니 친구들이 모인 셈이다. 작품 관람하며 정담을 나누다, 옛 생각이 떠오른다. 이십여 년 전에 썼던 필자 책에 있는 내용을 옮겨본다.

학교 다닐 때 성격이 과격하다 싶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저 성격이 활달해서 좋은 친구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자기네 집의 피아노를 옮겨야 된다며, 남학생들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청한다. 그는 이름난 식당 주인의 딸이었다. 당시 고급 손님들이 찾는 지역 최고의 식당이었다. 기억하기로 그 식당에서 이산가족 행사도 있었다.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피아노 옮기는 일에 친구를 오가라 하니 참 별나기도 하구나 생각했다. 다른 친구 모두 간다 하니 그저 따라 나섰다. 몇 층 건물인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시내에 그런 건물이 몇 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아노 옮기는 일은 별것 아니었다. 바로 위층으로 옮기는 것이었고, 그나마 식당에 덩치 큰 종업원이 많아 우리가 힘쓸 일이 별로 없었다. 팔다리에 힘 준 것이 아니라 옆에서 그냥 손 대고 있었던 정도이다.

수고했다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생선이며 육류로 가득한 밥상을 들여왔다. 처음 보는 요리가 대부분이어서 지금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는 깜찍하게도 친구들에게 포식시키려 배려했던 것이다.

미대 남학생은 대부분 가정이 넉넉지 못했다. 필자는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였다. 자취 해 본 사람은 안다. 남녀 불문하고 때 거르기 일쑤다. 반찬도 변변치 못하다. 그러한 모습이 몹시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맹자가 제시한 사단(四端)의 첫 번째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어렵고 슬픈 일을 보면 불쌍히 여기는 착한 마음이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마음을 바탕으로 배려하고 돕는 것,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겸손한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是非之心) 모두 마찬가지다. 간단히 말하면, 그를 실현하는 것이 인의예지(仁義禮智)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사랑을 낳고, 부끄러운 마음이 의롭게 하며, 겸손한 마음이 예의를 만든다. 분별하는 마음이 지식을 찾게 한다. 도덕적 측면에서 이것으로 백성을 교화시키려던 것이 맹자의 왕도정치(王道政治)다. 수천 년 전에 깨닫고 밝힌 바를 현대인이 모를 리 없고, 몰라서야 되겠는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요, 지나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모범을 보이는 것 보다 좋은 가르침은 없다. 앞서 행하지 않으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 올 상반기 두 차례 선거가 있었다. 일부 정치인의 행태를 볼라치면, 지도자가 되려면 몰상식, 몰염치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에게 지도자라 말붙이는 것조차 부끄럽고 민망하다. 필자만 그런 것일까? 말로는 진리, 자유, 평화, 정의 등 미사여구를 모두 갖다 부르짖지만, 그를 찾고 실현하기 위한 진정한 마음은 없다. 젯밥에만 눈이 멀어있다. 어떻게 하면 아랫물이 윗물을 맑게 할 수 있을까? 다함께 돌아보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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