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서 밭에서 만난 정덕모 씨가 그동안 묵묵히 실천한 전사자 유해발굴을 설명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6·25 전쟁 당시 남한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충북 단양군 일대에서 최근 진행 중인 국방부 전사자 유해발굴 작전에 현지 주민 정덕모(80)씨의 제보가 큰 보탬이 됐다. 정 씨는 월남 참전용사이면서 파병을 마치고 귀국 후 1970년 단양읍 장현리에서 밭을 일구면서 전사자 유해발굴에 오랫동안 묵묵히 노력해왔다. 밭을 개간할 때나 도로를 개설 할 때 삽 끝에서, 호미에 이끌려 발견해 수습한 유해가 지금까지 10구에 이른다.
정 씨는 "유해가 발견되면 창호지를 가져다 하나씩 수습하고 양지바른 곳에 묻고 비닐을 덮어드렸지. 술잔을 올리며 꼭 현충원에 보내드리겠노라고 약속드렸어"라고 회상했다. 한번은 들녘에서 주운 박격포탄을 포대에 한가득 담아 단양읍 대강파출소에 가져가자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 손사래친 적도 있고, M1실탄 81발과 수류탄 여러 개를 모아 묻어둔 곳에 군부대를 불러 해체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정 씨는 "월남에서 중대장을 하면서 동료가 전사할 때마다 하나 빠트리지 않고 들쳐메고 복귀해 고이 묻어주고 그랬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었는데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달랬지"라고 낮게 말했다.
2008년 9월 충북 음성 전쟁기념관에서 단양과 음성서 발견된 6·25전사자 13구를 모아 합동영결식을 갖고 서울현충원에 봉안했는데, 이중 정 씨가 발견해 군에 인계한 것이 10구였다. 2000년 국방부가 전사자유해발굴을 공식화하기도 전에 정 씨는 밭을 일구는 농부의 삶에서 전사한 선배 전우를 찾아 들녘을 헤맸다. 그는 지금도 수습되지 않아 골짜기에 잠들었을 전사자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정 씨는 "나이는 이렇게 먹었어도 나라 지키는 일에 한 명 몫은 해낼 수 있고, 필요하면 그렇게 할 거야"라며 "내가 밭농사라도 짓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일이지"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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