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몸 둘 곳, 마음 둘 곳 없이 떠도는 이들은 불행합니다.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면 그렇게 길 위를 떠돌 리 없을 테니 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면서 파편처럼 떨어져 겉도는 인생들을 봅니다.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사회 구조의 균열과 모순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고발하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주제 의식을 담지 않습니다.
빈집, 남의 집, 전기도 수도도 끊긴 가운데 몰래 숨어 살아가는 불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작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길 위를 떠돌며 여관방을 전전하게 된 이들을 다룹니다. 혈연은 아니나 숙식을 함께 하고, 위안과 돌봄을 나누는 유사 가족 이야기입니다.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의 어디쯤입니다.
그런데 어딘지 어색합니다. 캐릭터의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기를 훔쳐 돈을 받고 파는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는 험하게 살아온 인생사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선량하고 해맑은 '선한 사마리아인' 같습니다. 신생아 입양 브로커를 현장에서 체포하려고 잠복하는 경찰관 역시 그렇습니다. 상황과 역할, 전사를 고려할 때 아무런 계기도 없이 현실에서 판타지로 옮겨간 듯한 캐릭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작품 속 상현 역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역시 그의 연기의 본령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상찬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박함과 비열함, 치열함과 무력함, 몰입과 해이의 변모에 능란하고 순발력 넘치는 그의 매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몇몇 글에서 보이듯 영화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수작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소영 역의 이지은(아이유)만이 살아있습니다. 처연하면서도 결기 있고, 종내 버릴 수 없는 애끓는 모성애까지 제대로 그려냅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줬던 연기자로서의 재능이 한 단계 도약하여 향후 큰 발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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