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斷(끊을 단), 腸(창자 장), 之(~의 관형격 조사), 哀(슬플 애)로 구성됨
출 전 :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
비 유 :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큰 슬픔을 비유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인간의 타고난 네 가지 감정(喜, 怒, 哀, 樂)이 있다. 그 중 가장 인간에게 가혹한 것이 슬픔[哀]인 것 같다. 슬픔에도 정도(定度)가 있다. 가령 우리는 주위에 함께 있던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가장 크게 슬픔을 느끼게 된다.
옛말에 최고의 슬픔을 천붕지통(天崩之痛/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 했다. 이는 부모님이나 임금이 돌아가셨을 때의 슬픔을 표현한 말이다.
다음은 고분지통(叩盆之痛/물동이를 두드리는 슬픔)라고 한다. 이는 아내가 곁을 떠나는 슬픔을 말한다.
다음은 상명지통(喪明之痛/밝음을 잃은 슬픔)으로 자식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말하며 그리고 할반지통(割半之痛/몸의 반을 잃은 슬픔)으로, 형제의 죽음을 맞은 슬픔이다.
아마 한자를 해석해보면 그대로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다. 다만 고분지통만이 장자(莊子)의 고사에서 인용한 것이므로 다소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당하는 슬픔 중 가장 가혹한 슬픔을 우리는 단장지애(斷腸之哀 혹은 母猿斷腸/모원단장 곧 원숭이 어미의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로 표현한다. 이는 좁은 의미로는 글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겠지만, 넓은 의미로는 이 세상 무엇보다 가장 가슴 아픈 처절한 슬픔을 뜻한다.
진(晋)나라의 환온(桓溫)이 촉(蜀)을 정벌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전함(戰艦)을 타고 장강(長江/양자강)을 거슬러 가는 수로 중 나무가 우거지고 강폭이 좁았던 한 지역에서, 병사 한 명이 숲 속에서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았다. 이 병사는 지루한 항해에서 잠깐의 여흥거리로 삼을까 해서 이 원숭이를 별다른 생각 없이 잡았던 것인데, 장강을 거슬러 가는 삼협(三峽)의 길목에서 내내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를 구하러 슬피 울며 따라 오고 있었다.
병사도 그걸 보고 놀라서 새끼 원숭이를 돌려주고자 했으나, 이미 전함(戰艦)은 출발해 움직이고 있었고 강폭은 넓어서 새끼 원숭이를 던질 수도, 어미 원숭이가 거기에 뛰어들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일개 병사가 그런 이유로 전함을 정지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백 여리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수로가 좁아지는 길목에 이르자, 이때 어미 원숭이는 죽을힘을 다해 몸을 날려 배로 뛰어들어 새끼를 구하려고 했으나 이미 체력이 소진된 어미 원숭이는 곧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딱하게 여기던 중 어미 원숭이의 배가 뭔가 이상해서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기에 다들 매우 놀랐다.
배 위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환온(桓溫)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분노해서 병사의 목을 베려 했지만, 그가 곧바로 새끼 원숭이를 돌려주려다 그러지 못했다는 걸 듣고는 "내가 자네를 죽이면 자네의 어머니 역시 창자가 끊어지듯이 슬퍼하다 죽을 것이니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라."라고 하며 살려주었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 한 사람의 아내와 아들이 절규하는 기사가 실렸다. 권력이 사람의 감정까지도 통제하려고 한 있을 수 없는 언론기사이다.
지난 2020년 9월에 월북(越北)했다고 발표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아내와 아들의 절규함이다. 무슨 이유인지 조사가 이루어져야 드러나겠지만 이씨의 사인(死因)과정의 잘 못된 발표 때문이다.(조선일보 6월 18일 보도기사)
남편을 잃은 아내, 아버지를 잃은 아들, 이들의 절규를 못 본체한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솟는 일인데 왜곡(歪曲)된 발표로 아내와 아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을 남겼다니…….
듣는 국민들도 분노를 느낀다. 하찮은 짐승(원숭이)도 창자가 갈갈이 찢어지는 슬픔으로 죽어갔는데 인간의 마음이야 평생을 두고 잊겠는가? 권력이 무엇이길래…….
한국에서 단장(斷腸)이란 표현은 6.25 전쟁 당시 이산가족(離散家族)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특히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 덕분에 단장(斷腸)이라는 표현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 노래는 6.25 전쟁 당시 철사(鐵絲)줄로 꽁꽁 묶인 채 북한으로 끌려가던 남편과 애달프게 이별하며 평생의 한을 담은 모든 아내들의 노래이다.
이제 곧 민족의 최대 비극이었던 6. 25(72주년)날이 다가온다.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6월 호국의 달을 단장(斷腸)의 슬픔을 생각하며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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