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자리에 민자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정부의 방안에 대한 연극계 반발에 대해 대전 연극계는 한국연극의 상징성을 품은 공공극장의 위상을 저해한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출처=국립극단> |
대전연극계는 한국연극의 상징성을 품은 공간에 복합문화시설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대표성을 띤 공공극장의 위상을 저해한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민간자본 유입에 따른 상업시설 위주 운영으로 본질이 왜곡될 수 있을뿐더러, 공론화나 숙의 과정 없는 졸속 행정으로 연극계는 물론 타 장르와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윤진영 대전연극협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극단의 전용공간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공공극장의 위상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예술과 상업의 접목으로 인한 시너지는 일부분 인정하지만, 민간자본 유입에 따른 상업시설 위주의 운영체계 전환으로 공간의 정체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연극협회는 16일 '범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을 내고 "예술인·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 없는 민자 유치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은 현재 국립극단이 사용 중인 서계동 7905㎡ 부지에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대공연장 1200석, 중공연장 500석, 소공연장 3개(300석·200석·100석) 등을 갖춘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1244억 원 투입으로 복합문화시설과 함께 예술인 행복(임대)주택을 포함하며, 2023년 7월 착공해 2026년 12월 말 준공을 목표로 현재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립극단은 1950년 중앙관립극단으로 설립한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국장 전속극단으로 남산 국립극장에 있다가 2010년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옛 기무사 수송대 터였던 지금의 서계동 부지로 옮겨졌다.
대전 연극계는 이번 복합문화시설 조성으로 인해 국립극단 고유 공간이 사라질뿐더러, 한국연극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의 위상과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입을 모은다. 실제로 문체부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연극을 비롯한 무용과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2014년 기본계획 수립부터 지난해 사업계획 고시까지 일련의 행정절차에 공청회나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밀실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연극이 확보할 공간의 부적절한 활용이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사업방식 변경과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한국연극협회에 21일 답변서를 통해 오는 24일 2차 공청회(5월 25·26일 1차 공청회)를 열고 추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체국장의 15분 남짓 브리핑과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되는 공청회 자체가 여론 잠재우기에 그치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게 연극계의 시각이다.
지역 연극계 인사는 "실용적이고 실험적인 연극을 통해 한국연극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국립극단의 고유 공간에 민간자본으로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고 무지한 판단"이라며 "10여 년 전부터 추진돼 온 사업 구상에 공론화나 숙의 과정이 빠지면서 연극과 다른 장르와의 갈등을 국가기관이 조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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