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박사 |
첫째, 대전시 행정의 신뢰성 문제다. 사업비 7492억 원으로 기본계획이 확정된 것이 2020년 말이었다. 1년 반 정도 지났을 뿐인데, 비용이 2배가 됐다. 1년도 아니다. 올 해 2월에 차량급전방식을 배터리방식으로 결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전시가 추정한 사업비는 약 8690억 원이었다. 증가요인으로 발표한 요인이 거의 포함된 비용이었다. 행정의 신뢰, 불투명한 정보, 용역부실 등 다양한 문제의 제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둘째, 도출된 비용에 대한 자료의 신뢰성 문제다. 정밀한 TPS(열차성능 모의실험)나 현장조사를 통해 도출된 것인 지 의문이다. 비용과 설계의 전제조건이 되는 급전방식이 올해 2월에서야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설계에 참여한 업체가 8곳이나 되는데 대부분 트램설계 경험이 전무한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비용증가의 내역을 보면 세부근거가 궁금해진다. 물가 및 지가 인상분의 경우, 지가는 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어 변동요인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물가는 시간이 지났기에 인상은 되겠지만 2년만에 약 20%의 인상은 얼른 받아들이기 어려운 숫자다.
특이한 점은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차량비용, 급전방식변경, 구조물보강, 테미고개 지하화에 따른 비용증가분이다. 이들 항목들이 배터리방식의 급전방식으로 인한 비용증가분이기 때문이다. 발표대로라면 배터리트램 차량 가격은 일반트램 대비 1.5배가 비싸다. 무게는 약 40%가 더 나가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자연스럽게 증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테미고개 지하화비용 역시 배터리트램의 등판능력한계에 따른 추가 비용이다.
비용이 종잡을 수 없이 널뛰는 것도 차량급전방식이 원인이다. 대전시가 선정한 배터리방식은 상업운행 실적이 전무하다. 건설과 차량관련 비용예측이 어려운 이유이다. 같은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진행중인 부산트램에서도 당초 사업비의 2배가 증가돼 사업무산위기를 겪은 바 있다.
요컨대, 다른 시스템으로 선정했다면 비용증가의 상당 부분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며 불확실성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비용증가가 문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트램사업이 논란이 된 배경에는 추진조직 내 인적요소와 의사결정구조, 8개 회사가 참여하는 설계구조, 이해충돌기관의 참여 등이 있다.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일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 8년을 기다려온 트램아닌가? 이대로 진행한다면, 개통시기는 1년 이상 늦춰지는 것은 물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말이 '사업적격성 재조사'이지 '타당성 재조사'를 준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행정절차 없이 15% 내외의 사업비 증가 수준에서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예정대로 개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 증가의 원인인 배터리방식에 대한 재검토 역시 필요해 보인다. 사업비 문제와 더불어 안전문제와 천문학적인 유지관리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운행방식의 변경도 검토해야 한다. 단일 노선을 통행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급행과 완행을 병행함으로써 이동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운행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듣기 좋은 말로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가는 비로 쓸어낼 만큼 많다. 그럴수록 재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설계, 시공, 교통운영 등 중요한 공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중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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