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대전 역사와 함께한 인쇄업

[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대전 역사와 함께한 인쇄업

행정기관 이전과 함께 인쇄거리 발전
현재는, 재개발로 위기…산단 추진도 '미지수'

  • 승인 2022-06-21 16:40
  • 수정 2022-06-21 17:16
  • 신문게재 2022-06-22 6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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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쇄거리는 구도심에 있어 낡고 허름한 모습이다. 출처=이유나기자.

[시리즈 순서]
1. 생존권 위기에 놓인 대전 인쇄 거리
2. 재개발 조합과의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3. 100년 역사 대전 인쇄거리
4. 인쇄거리 전성기를 추억하는 사람들
5. 인쇄업은 사양산업일까? 종이를 찾는 사람들
6. 서울 인쇄거리&경기도 인쇄산업단지
7. 대구 인쇄산업단지 추진과 성공사례
8. 인쇄산업단지 유치 경제적 효과
 

3. 100년 역사 대전 인쇄거리

대전 인쇄거리는 서울, 대구와 함께 10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전에 행정기관이 생기며 인쇄업도 발달했기 때문에 지역 인쇄업은 대전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인쇄거리도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었다. 지금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존폐위기를 겪고 있으며 산업단지 추진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남인쇄협회 40년사'를 통해 대전충남의 인쇄의 역사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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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인쇄조합은 1988년 인쇄영역침해 중지 궐기대회 시위를 했다. 출처=대전충남인쇄협회 40년사.


우리나라 인쇄는 서울을 중심으로 현대인쇄가 발전해 지방으로 확산했다. 대전은 지리적, 행정적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인쇄소 태동도 매우 늦었다. 대전지역 인쇄산업은 서울보다 30~40년 늦게 출발했다. 일제 해방이 되며 일본인들이 퇴각하고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1950년대 후반부터 규모가 있는 인쇄업소들이 창업하고 성장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되면서 1930년대에 인쇄업체가 설립돼 1950년대에 규모 있는 80여 개의 인쇄업체가 대전과 충남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 대전 최고의 번화가였던 현 인쇄거리

인쇄특화거리가 조성된 동구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는 1950~60년대 대전 최고의 번화가였다. 당시 인쇄소가 집적된 곳은 선화동이었다. 선화동에 도청, 시청, 법원 등 공공기관이 모여있어 인쇄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89년 대전광이 직할시로 승격하고 도시가 확장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번화가였던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는 구도심이 되며 임대료가 저렴해졌고 선화동이 번화가가 되며 임대료가 비싸졌다.

선화동에 모여있던 인쇄소들은 관공서와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저렴한 현재의 인쇄특화거리인 동구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부터 자연스럽게 인쇄특화거리가 조성됐다. 국가 주요행정기관과 가까우면서도 세가 저렴한 곳에 인쇄상권이 형성되는 건 전국적인 현상이다. 인쇄업은 수주산업이며 주문생산의 특성이 있어서 원거리 생산이 어렵다.

서울 을지로·충무로 인쇄거리, 대구 남산동 인쇄거리도 이 같은 과정으로 형성됐다. 대전·충남의 인쇄출판산업은 서울, 대구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축을 이뤘다. 현재는 인쇄거리 원천의 태동이었던 충남도청과 대전지방법원, 대전시청이 둔산과 내포로 이전하면서 기반을 상실했다. 현재 인쇄특화거리의 750여 개의 인쇄소는 원도심 낙후 지역으로 기계 설비 확충 등의 투자를 못 하고 있다. 게다가 대전역 역세권 재개발, 재정비 지역에 해당해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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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중동 인쇄 거리에 도심형산업지원플랫폼에 인쇄 협업공장, 인쇄박물관, 인쇄기획사무실이 있지만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인쇄업계에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국방과학클러스터에 좌절된 인쇄출판산업단지
인쇄업자들은 2007년부터 인쇄출판산업단지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재개발로 존폐위기에 놓였을 뿐만 아니라, 세종시가 출범하며 주요 정부 부처가 세종으로 내려와 막대한 인쇄물량이 생겼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대전청사와 연구단지를 비롯해 세종시에 이전된 국가기관을 통틀어 업계 추산 1조 원 대의 인쇄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서울과 수도권 인쇄업체와 대전·충청권 인쇄업체가 세종시에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다.



세종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수주만 받고 서울 업체에 물량을 넘기는 '보따리상'이 세종 인쇄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역대 대전 시장들은 선거 때마다 공약에 산단 추진을 공표했지만, 염홍철 전 시장을 제외하곤 시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2014년 대전시는 인쇄산단을 유성구 안산동 일원의 대전도시첨단산업단지부지 30만 평 중 약 10만 평 규모로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2015년 권선택 전 시장이 국방과학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인쇄산단 추진은 무산됐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유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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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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