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 등 인쇄 원·부자재 값이 오르며 지역 인쇄업계가 고사 직전 위기에 놓여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종잇값·잉크값 등 인쇄 원부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지역 인쇄업계가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현 물가를 반영한 새로운 인쇄기준요금표나 표준원가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제지업체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올 들어 1월 7% 인상에 이어 이달 인쇄용지 가격을 15% 올렸다. 올해만 종잇값이 20~30% 오른 것이다. 국제펄프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주된 요인이다. 잉크값도 지난 3월부터 20~30% 비싸졌다. 7월부터는 25~30% 더 오를 예정으로 인쇄업을 하는 업체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전에서 지엽사를 하는 A씨는 "펄프 수입이 안 되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종이 가격이 80% 올랐다"며 "7, 8월에 또 오를 예정"이라고 답했다.
원자재값 상승에도 지역 인쇄업자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조달청의 인쇄기준요금이 폐지되고 저가 출혈경쟁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인쇄기준요금은 공공기관에서 인쇄물을 구매할 때 책정되는 요금으로 2006년부터는 발표가 중지됐다. 2011년에는 시장 경제원칙에 따라 인쇄업체간 공정한 경쟁을 높이고 구매가격의 적정성을 제고 한다는 취지로 폐지 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원가계산서를 받아 요금을 납부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쇄업계의 설명이다. 구자빈 대전인쇄출판산업단지추진조합장은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폐지되고 공공기관에서 입찰 받을 때 전국 인쇄업체 중 무순위로 세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 단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인쇄는 주문제작이라는 특성이 있어 단가 견적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쇄업자들은 마이너스 단가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한다"며 "을의 처지에서 다른 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고가의 인쇄 기계를 대출 받은 인쇄업자들은 대출이자나 신용도 관리를 하기위해 저가의 매출이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쇄업계의 현실이다. 매출이 올라가야 은행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인쇄조합은 새로운 인쇄기준요금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영국 대전세종충남인쇄조합장은 "공무원들은 감사 산출 근거로 아직도 2005년 인쇄기준표를 사용한다"며 "이마저도 인쇄업자들은 2005년 기준의 85%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전문가는 인쇄업계의 실질적인 물가를 반영할 수 있는 단가표나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태원 중부대학교 인쇄학과 교수는 "원자재 상승에 이어 코로나 경기 침체로 인쇄업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새로운 인쇄 단가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적정 표준 원가를 도입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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