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통화 긴축 우려로 이미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2%포인트(p) 이상 올라 7%를 넘어섰는데,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 탓에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1%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실화되면 가계와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그 여파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17일 기준 연 4.330∼7.140% 수준이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3.690∼5.681%다. 신용대출의 경우 3.771∼5.51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은행권은 올해 최소 4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전망 보고서에서 "한은 금통위가 올해 네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2.7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그에 연동한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은행이 대출 금리를 무작정 유지할 수는 없다.
다음 달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뒤바뀔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안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도 커진다.
소득 증가에는 한계가 있는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낼 이자까지 늘면서 서민들의 삼중고가 예상된다. 지난 1월 한은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차주당 연평균 16만1000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정부도 금리 인상에 대한 은행권의 관리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 자체적으로 불필요한 대출은 자제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금융계 한 인사는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은 금리가 높아지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가계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채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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