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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의장단 단독 선출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할지를 놓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일정조차 잡히지 못하고 있다. 벌써 3주째 '식물 국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국회 공백 사태 해소방안과 관련해 의장단 단독 선출안까지 포함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국회의장 부재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는 만큼,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강수를 둬서라도 일단 의장을 뽑으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강경파의 논리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 개원 당시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박병석 전 의장을 선출했었다. 당시 단독 선출은 1967년 이후 53년만으로 여야는 이후 원 구성 협상에서 파행을 겪었다.
전례가 있어도 민주당이 이번에 또 단독 선출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는데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의결한다면 거대 당 독주 비난이 거세지며 중도층 민심 이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입법, 상임위 질의 등으로 정권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냥 국회 공백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의장 단독 선출' 강경론 못지않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을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주자는 유화파의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는 것은 당내 일각의 절박감이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국회 공백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다.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밀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이 훌쩍 지나고도 초대 내각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렇다고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도 난망하다. 특히 연일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가 쏟아지는 박순애·김승희 후보자를 임명 강행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이달 중 원 구성 완료 뒤 인사청문회 진행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거나, 원 구성 합의 전에 의장단부터 선출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당분간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 강 대치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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