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내로남불, 내불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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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내로남불, 내불남문

이봉한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2-06-20 15:42
  • 신문게재 2022-06-21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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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한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위선적인 행동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초융합시대에 어울리듯 한글과 영어(romance)와 한자어(不倫)가 비빔밥처럼 섞여 기억하기 쉽고 어느새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유명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인지 유독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한다. 내로남불에 관한 서적까지 등장하고 있다. 2020년 교수신문에서는 내로남불을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한 적이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심지어 2022.2.2. 뉴욕타임스에서 'naeronambul'이란 표현을 써서 더욱 유명해졌다. 내로남불은 한마디로 이중기준 또는 이중잣대이다. 위키피디아에서도 double standards로 소개되고 있다. 즉 본질이 같은 두 행위를 내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다른 행위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중잣대의 적용 주체가 개인인가 집단인가로 나누어 보면 그 무게가 달라진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 말하면 본래 인간은 불안을 막을 수 있는 방어기제를 활용한다. "내가 한 것은 투자이고 남이 한 것은 투기"라는 주장이나 "남이 한 건 표절이고 자신이 한 것은 관행"이라는 주장. 그리고 자녀들의 군 면제나 대학 입학, 논문게재는 정당하며 우연이고 습작일 뿐이라는 변명이 궤변처럼 들린다. 자신을 변호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중화(中和)하는 기술을 터득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집단현상으로 확대되면 세상이 분열되고 갈등이 더 커진다. 내집단은 가족과 같은 대면 집단에서 정당과 같은 사회적 범주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내집단은 더 좋게, 외집단은 더 나쁘게 평가하게 되는 내집단 편향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 굵은 선이 그려지고 사상이나 이념의 전쟁터로 끌려가며 세상을 흑백으로 재편성하도록 강요당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선거철에 그 홍역과 같은 극적 드라마를 경험하였다. 다른 당으로 옮기면 '철새'지만 자기네 당으로 넘어오면 '전향자'가 되는 정당의 이중적 모습이나 정당끼리 처절하게 공격하면서 보여주는 내로남불의 태도는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국민은 선거용 소모품이 되고 갈등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한편 사회에서 확인되는 내로남불은 단순히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더 공격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내로남불과 유사한 사자성어를 만들라 하면 난 기꺼이 '내불남문(내不남問)'을 제시할 것이다. '내가 한 것은 불문에 부치고 남이 한 것은 문제 삼는다'. 문제 삼는다는 것은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이다. 형사적 책임을 묻는 대표적인 방법이 고소고발이다. 당사자라면 고소, 당사자가 아니라면 고발의 형태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뉴스 공간을 어지럽히는 현실이 서글프다. 내로남불의 실천형이 내불남문인 것이다.



점점 사회의 역할 모델에서 멀어져 가는 정치와 행정,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언론을 건전한 시민 정신으로 막아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법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이 균형을 잃을 때 아닐까? 정의의 여신 디케가 내로남불의 색안경을 끼게 된다면? 공정 저울을 '이중기준'으로 조작한다면? 본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칼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사될 것인지 국민은 불안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사법에 대한 공포, 불공정으로 인한 불신.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 국가기관에 권한을 몰아주거나 특정 기관 출신들이 요직을 꿰차는 현상을 절대적으로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내 편 아니면 저편밖에 없는 걸까? 흑과 백 사이의 다양한 층이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일까? YES와 NO 사이의 그 무엇(예를 들면, YO)을 찾고 존중해야 할 다양성의 시대에 양 당사자의 탐욕스러운 공격방어를 지켜보려니 피곤하다. 내로남불형 보복은 정의가 될 수 없다. 우리라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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