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1조원 이상의 아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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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1조원 이상의 아트테크

강혁 작가

  • 승인 2022-06-16 16:33
  • 신문게재 2022-06-17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강혁작가
강혁 작가
코로나 이후 미술시장이 성장하더니 최근 1조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 엄청난 금액이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1조원에 해당되는 돈은 어디에서 풀렸으며 과연 누구에게 소비되고 있는 걸까?

흔히 시장이라면 어릴 적 시골 오일장에 나가 좌판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콩나물 오백원치 사는 그런 시장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작품을 사고파는 매매되는 세 가지 형태의 미술품 거래 장소를 말한다. 첫 번째 장소는 경매 시장이다. 옥션(Auction)이라고도 불린다. 국내에는 OO옥션이라고 불리는 두 개의 큰 옥션 회사가 있다. 경매 시장은 누군가의 소장품 또는 옥션 회사에서 사들인 작품을 최고액으로 낙찰받을 수 있는 형태다.

둘째 장소는 화랑이다. 영어로는 갤러리(Gallery). 특히 서울에 갤러리가 집중되어 있다. 흔히들 인사동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갤러리까지 그 크기와 전시되는 분야도 다양하다.

셋째 장소는 페어(Fair)다. 이 Art fair는 주최하는 기관에 심의를 통과한 작가만이 부스를 사서 작가의 이름을 걸고 전시 형태로 작품을 알리기도 하고 전시된 작품을 직접 팔기도 한다. 또한 참여한 갤러리들도 각자의 부스에서 자기들이 소장한 작품을 소개하며 일반인에게 판매한다. 요즘 MZ세대가 관심을 많이 갖은 곳도 바로 이 아트페어인 것이다. 코로나 전에도 있었던 이 시장이 갑자기 이렇게 부흥을 맞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선가 큰돈 가진 자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갑자기 대중들에게 미술품에 투자의 눈이 떠서 혹은 유행처럼 부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을 보더라도 그림을 사려는 사람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그러면 그림을 왜 사는 걸까? 필자도 그림을 그리지만 종종 다른 이의 그림을 사곤 한다. 필자의 첫 컬렉션은 대학생 때 동기의 그림을 산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후로 후원한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선배, 후배 그림들을 틈틈이 샀다. 투자 목적으로 소장한다기보다 그 사람의 감정과 표현, 창작의 즐거움을 나도 작품을 보면서 함께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졸업한 지 꽤 되었지만 지금 그 그림들은 곱게 액자를 해서 현재 집 거실과 방 벽면에 전시돼있다. 그 중 유명한 작가 된 동기도 있고 아직도 무명작가로 있는 선배, 후배도 많다.

가끔 집에 초대받아 온 손님들은 자주 물어보곤 한다. 좋은 그림이 뭔지, 좋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그림을 사야 하는지 보통 이런 질문을 많이 물어본다. 필자의 대답을 듣고는 다들 의아해한다. "저는 그 사람을 먼저 봐요", "그 사람과 닮은 그림을 사요" 흔히들 작가보다 작품으로 먼저 알려지는 것이 미술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현실 벽에 부딪혀도 타협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를 끝까지 붙들며 그림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또 그런 작가가 오래 갈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그림에 대한 태도는 삶의 연장선 안에서 그 태도가 놓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신진 젊은 작가들은 자신에 대한 PR을 참으로 잘한다. 거침없이 때로는 적절히 포장도 하면서 자신을 비즈니스하고 더불어 본인으로부터 나온 무언가를 그림으로까지 잘 연결시킨다. 그런 점이 때로는 좋아 보인다. 솔직한 것, 순수한 것, 때로는 무모한 것 그리고 젊은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작가의 생명력이 아닐까. 필자는 좋은 그림, 소장하고 싶은 그림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성장하는 작가 뒤에는 쿨하게 돈으로 솔드 아웃(Sold Out)시키는 거대 후원자가 있기보다 함께 동역하는 작가와의 대화, 그 속에서 삶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관심이 더욱더 중요하고 작가의 생명력을 오래 지속시키지 않나 싶다. 더불어 내 주변에 작가 친구 한 명 두는 일반인의 삶도 참 멋지지 않나 싶다. 미술 시장이 돈으로 환산돼 거품으로 빠져나가는 헛된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줄임말) 문화를 넘어 좀 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초대해주는 장이 널리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강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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