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과학자가 소통하는 법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과학자가 소통하는 법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 승인 2022-06-16 16:33
  • 신문게재 2022-06-1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영향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질문에 선뜻 아니라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요리법, 노래, 신조어 등을 살펴봐도 SNS에서 유래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제 사람들은 SNS를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한다. 개개인이 '1인 미디어'로서 발언권을 지니기 때문에 다양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다 보니 거짓 판별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현상을 '인포데믹'이라고 부르는데,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다,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초기 상황이 떠올려보자. 당시 바이러스 확산 원리와 치료법에 대해 온갖 인포데믹이 즐비했다. 심지어 팬데믹 자체가 가짜라고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 분야인 만큼,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컸다. 마땅히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할 과학 내용마저 설 자리를 잃어간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가짜과학'은 계속해서 온라인상 유통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 도리어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미 공고화된 오해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자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2020년 '네이처'에 실린 한 논평이 그 실마리를 제공해 소개하려 한다. 바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마이클 블래스트랜드 등이 쓴 '증거소통을 위한 다섯 가지 규칙'이다.



여태 과학자들에게 요구된 소통기술은 웅변가들이 사용하는 수사학적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사학은 문장과 언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해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기법이다. 주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내 청자의 관심을 끌어낸 후,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포데믹이 만연한 현시점에서 더 이상 수사학적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신, '증거소통'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내세운다.

먼저 증거소통은 설득이 아닌 '전달'을 강조한다. 과학적인 사실은 물론, 말하는 자의 진실한 선의가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상대의 얼굴을 마주하며 진심을 전하기 비교적 어렵다. 이를 보완하려면 메시지의 동기, 반대 견해 및 한계점을 최대한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직접 만나지 않은 상대가 무작정 설득하려 하면 오히려 반감이 더 강하게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효과적인 증거소통을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무시하거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청자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이를 알아차리는 즉시 청자는 심리적으로 화자의 동기와 메시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세 번째로, 무엇을 모르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전문가라고 전체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모른다고만 말하지 말고 아는 범위 내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제안해주면 효과적이다. 무작정 기다리면 상대가 불안해할 수 있으니 언제쯤 알 수 있는지 등을 덧붙여 주는 것도 방법이다.

네 번째로, 청중이 비전문가일지라도 증거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증거소통 과정에서 이미 퍼진 '가짜과학'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사전에 청자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 오해할지 미리 예상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 정보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일명 원자력안전소통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원자력사업자를 포함한 정보 생산기관은 관련 정보를 지역 주민 등 국민에게 직접 공개한다. 이전에 비해 정보공개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증거소통의 규칙을 되새기며, 과학자로서 소통하는 법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할 때다.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 대전의 심장 3대 하천, 관광 수상스포츠 도시로
  2.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순항'
  3. 매출의 탑 로쏘㈜, ㈜디앤티 등 17개 기업 시상
  4.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5. 소진공, 2024 하반기 신입직원 31명 임용식
  1.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세종권역 희귀질환전문기관 심포지엄 성료
  2.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3. 정관장 'GLPro' 출시 한 달 만에 2만세트 판매고
  4. 한밭새마을금고, 'MG희망나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진행
  5. 대전 여행업계, 명절 특수에 중국 무비자 정책까지 기대감 한껏

헤드라인 뉴스


문턱 낮아지는 정부 규제… 대전 미술관 추진동력 기대

문턱 낮아지는 정부 규제… 대전 미술관 추진동력 기대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행정절차가 완화되면서 대전시의 굵직한 사업들이 추진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사전평가 사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로 이양되지만, 여전히 정부의 권한이 강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신규 설립에 대한 사전평가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이달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가 기능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시장 위축 및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아 내년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투자계획 조사' 결과,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는 기업이 56.6%, '투자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1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로봇·센서로 방사성핵종 분리한다… 원자력연 세계 최초 개발
로봇·센서로 방사성핵종 분리한다… 원자력연 세계 최초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연구진이 방사성폐기물 안전 처분을 위한 신개념 방사성핵종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로봇과 센서를 활용해 핵종을 분리하는 기술로 빠르고 효율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원자력연은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이종광 박사팀이 신개념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땐 방사성핵종 분석을 필수로 진행하는데, 분석은 다시 전처리·분리·계측 과정으로 나뉜다. 이종광 박사팀은 분석 단계 중 분리 장치를 개발했다. 핵종 분리는 방사성폐기물을 녹인 시료에 특정 핵종과 반응하는 시약을 투입해 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하게’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하게’

  • 추울 땐 족욕이 ‘최고’ 추울 땐 족욕이 ‘최고’

  •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 위해 공주 찾은 윤석열 대통령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