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아이도 작은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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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아이도 작은 어른이다

권기정 흥도초 교사

  • 승인 2022-06-16 10:03
  • 신문게재 2022-06-17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증명사진(흥도초 권기정)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기쁜 일, 슬픈 일, 기분 나쁜 일, 화나는 일 등을 함께 겪으며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나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왔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도 내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학기 초부터 일부러 비뚤어진 행동을 하면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욕을 자주 하는 학생이 있었다. 심지어 담임, 교담 선생님, 전년도 선생님까지 욕하는 남학생이었다. 학급에서 키도 크고 힘도 세서 다른 친구들이 그 남학생이 나쁜 말과 행동을 해도 제지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그 때 당시 몇 명의 여학생들이 하교하고 난 후 교실로 찾아와서 "수업 중에 그 남학생이 조용한 소리로 자꾸 욕을 하고 심지어 선생님 욕도 해요. 그런데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힘들어요."라고 말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남학생과 하교 후 적어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을 상담을 진행했다. 훈육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위한 상담을 하고 싶었다.

처음 상담은 일상적인 아주 사소한 이야기부터 주고받으며 시작되었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점점 편해졌다. 그 남학생이 무엇 때문에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난 후 느끼는 감정이 어떤 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나 또한 교사로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주니 나중에는 이해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거의 3달간의 상담 시간을 보내면서 그 남학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 되면 교사 책상 근처에 오지도 않던 학생이 자주 옆에 와서 관심있는 여자 아이돌 가수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학급 규칙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수업 태도도 좋아진 것이다. 그 남학생과의 끈끈한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그 이후에는 가끔 어떤 문제가 생겨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 남학생도 나도 우리반 학생들도 모두 학교생활이 더 행복해졌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더 나아가 나의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고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교사로서의 권위만 내세우고 학생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 너무 일방적인 훈육만을 해왔기에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내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지금은 예전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생들을 대할 때 어리고 잘 모른다고 어른의 눈높이에서 가르치려고만 하지 않는다. '아이도 작은 어른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동등하게 존중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게 되니 점차 아이들과 교사 간의 끈끈한 신뢰가 형성되었고 그 신뢰가 형성된 이후에는 학급의 어떤 갈등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올해도 6학년 학급담임을 맡게 되었다. 지금도 서로 공감하고 따뜻한 시선을 주고 받으며 올해의 아이들과 끈끈한 신뢰를 형성하며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도 학급 아이들과 나는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들을 항상 마음에 되새기며 지금도 학교에서 나와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며 소통하고 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교사로서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앞으로도 뭔가 배우고 터득했을 때의 기쁨과 행복을 아이들과 공유하면서 학교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권기정 흥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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