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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 가는 스태크플레이션 경고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평균 9.2%로 치솟았다. 1998년 9월(9.3%) 이후 34년여 만에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은행(WB)은 올해의 세계 경제 성장률(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4.1%에서 2.9%로 낮췄다. OECD도 지난 12일 4.5%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OECD는 한국도 상황이 낫지 않다고 밝혔다. 물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OECD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8.8%로 제시했다.
실제로 12일 기재부와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5월 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지고 있어 6월, 7월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6%로 경기도 하강 국면에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대외 요인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국 금리 인상과 긴축, 중국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까지 예고되면서 기준금리 상승 압력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5%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가 안정에 최우선= 지금의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베이스(기본) 시나리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은 낮다고 생각한다"면서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일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에 경기 침체와 높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4%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와 달리 현재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 스태크플레이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도 이전과 달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 연구위원은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기보다는 먼저 빠르게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구조개혁, 정책당국 간 긴밀한 협조 등을 바탕으로 경기 불황에 대한 비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OECD도 중앙은행이 과거보다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봤다. 또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도 1970년대보다 약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점 등도 다르다고 밝혔다.
당장 정부는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에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 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 운용의 축 전환' 등 5가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면서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를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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