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우리는 흔히 에딘버러를 프린지 페스티벌이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에딘버러는 일 년 동안 11개 페스티벌을 통해 4만3000회 이상 공연이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페스티벌 도시이다.
올해로 75년째를 맞는 '프린지'는 세계적인 음악과 연극, 무용작품 등을 초청하여 공연한 에딘버러 인터네셔널 페스티벌에 초청 받지 못한 공연단체들이 에딘버러 인근 프린지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면서 널리 알려졌다.
매년 8월 에딘버러에서는 인터내셔널, 프린지, 도서, 영화, 과학, 어린이, 파인아트, 재즈&블루스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 등 다양한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전 세계에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방문하는 관람객 숫자나 관람수입, 관광수입, 경제 유발효과 등은 가히 상상을 넘어서는 정도이다.
올해 프린지 기간에는 234개 공연장에서 3107개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모든 곳이 정식 공연장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임시로 만든 천막 극장, 교회, 학교, 식당, 강당, 펍, 바, 야외공원, 심지어 컨테이너까지… 공연할 수 있는 모든 장소가 임시 공연장이 된다.
모든 공연은 공연단체와 공연장 주축으로 진행되며, 프린지 운영진은 전반적인 홍보와 영국, 전 세계에서 오는 아트마켓 바이어, 관광객과 프린지 공연을 연계해주는 역할과 함께 기타 학술행사 등 행사와 정보전달 업무를 주로 맡는다.
제목을 '상가 공실을 문화로 해결하는 법'이라고 써놓고 왜 계속 에딘버러 얘기만 하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
세종에서 생활한 지 6개월밖엔 안 된 새내기지만, 세종 시내의 많은 상가 공실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왔다.
필자는 국내 최대 아트마켓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7년 정도 총괄 운영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에딘버러 같은 식의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공연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공연을 상설로 하는 것 말이다. 실제로 제주에서 시도를 했었으나, 더 확장하지는 못하였다. 행사 기간이 일주일 내외였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거 같지만, 필자가 말하는 공실 해결책은 임대가 나가지 않아 공실로 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상시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하자. 그것도 한두 곳의 상가가 아닌 여러 상가를 상설공연장으로 만들면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에딘버러에서는 임대료를 지원해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경우는 공연단체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당분간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의 임대료를 국고나 시비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체적인 홍보나 진행은 운영본부를 만들어서 진행하면 된다.
또한, 공실인 상가 전부를 공연장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그 규모에 맞게 신청한 상가 일부를 선정하여 한 달 정도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공연의 장르나 단체의 제한은 전혀 없다. 본인들이 와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면 된다. 그리고 그 공간은 하루에 3~4팀의 단체가 나누어 쓸 수도 있다. 공연의 장르에 따라 선호하는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가주인은 기왕에 비어있는 공간에 일정한 기간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서 좋고, 공연단체는 한 달 정도 공연을 통한 수입액 거의 전체를 가져가므로 공연의 인기에 따라 당분간 단체 운영이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정격공연장에서 볼 수 없는 소규모 공연들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동네 어딜 가나 있는 공연장으로 인하여 지역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 3~4조쯤은 될 것이다.
요즘 이런 꿈을 꾸고 있는데 무슨 일이든 다 그러하듯이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일단 이러한 바람이 입 밖으로 나왔으니 아름다운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 지역의 상가가 술집보다 공연장이 많은 특이한 도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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