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어느덧 학기 말이 되자 학생들이 엠티(Membership Training)도 가겠다고 한다. 역시나 걱정이 한 자락 깔리지만 한 학년 거의 모든 학생들이 가겠다는 열의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지난 2년여 얼마나 갑갑하고 제한적인 시간을 보냈는지,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 거의 모두가 참여하기로 했다 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좋아하건 말건 염려 차원에서 해당 학년 지도교수들이 모두 함께 가는 계획에까지 이르렀다.
주로 신입생과 학과 선배들 사이에 얼굴도 익히고 서로 친해지려는 목적으로 개최되던 엠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가에서는 학기 초 주요 행사였다. 전 학년이 함께 가기도 하지만 학년마다 1학년과 엠티를 떠나다보니, 신입생 입장에서는 몇번의 엠티를 거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극성스러운 대표가 있는 학년은 자기들만의 엠티까지 가야 하니 신입생의 봄날이 몹시 분주하고 고단했으리라 짐작된다.
여하간 유명한 엠티 장소 이름만 듣고도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게임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소환될 테니까. 하지만 이런 추억은 그야말로 적당히 순수하고 착한 엠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다. 마시고 토해서 MT냐는 비판이 맞을 만큼 힘들었던 음주 기억을 가진 사람들 또한 많다. 사람에 따라서는 음주를 강요하는 압박이나 객기를 견디는 것도 괴로움이겠지만, 치명적인 손상이나 사망사고의 현장이 되어버리는 엠티라면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뉴스를 통해 듣기만 해도 충격적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기강을 잡는다며 선배들이 후배에게 강제하는 얼차려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별거 아닌 장기자랑조차 상황에 따라서는 폭력 못지않은 가해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통과 의례처럼 선배에서 후배로, 그 후배가 선배가 되어 또 다른 후배에게 해를 거듭하며 이어져 내려가니 더욱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문제점이 커지고 불거지자 엠티 개최에 제동이 걸리면서 분위기를 바꾸려는 자정활동이 만들어지는 추세이었지만 아직 대학가 엠티는 그럴듯한 문화적 위상을 찾지 못하던 차에 감염 사태로 인해 중단되었다.
그런데 잘 되었다. 이참에 그동안 사슬처럼 이어지던 엠티의 부정적 면모를 바꿔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만사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나쁘기만 한 것도 없으니, 진저리나는 코로나 사태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변해야 좋은 것들을 변화시켜보자. 그래야 마스크속에 갇혀있던 우리의 시간이, 사람들을 피해야했던 말도 안되는 일상이 조금쯤은 덜 억울할 것이다.
엠티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함께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배우는 놀이문화로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들에 비해 훨씬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많은 학생들의 참여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좌중을 즐겁게 리드할 '끼'를 가진 학생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학생들이 졸업 후 일도 잘하는 것을 누차 보아왔다. 이 시대 무한경쟁을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기를 돌볼 줄 알아야 하는데, 자기돌봄에는 조용한 휴식도 중요하지만 뭉친 스트레스를 털어내며 놀 줄도 알아야 한다. 놀이는 재미있어야 놀이이고, 강제에 따르는 행위가 아니어야 즐겁다는 것을 되새기며, 잘 놀아야지…….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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