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는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역할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기관사 하면 6·25전쟁 때 북한군 침략으로 대전이 함락돼 김천으로 후퇴할 때 대전에서 전투지휘를 하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 구출과 대전역 군수물자 수송 작전 투입돼 전사한 김재현 기관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1950년 7월 20일 김 기관사는 이 작전에 자원하여 투입했는데 당시 나이 28살이었다. 특공대원 6명을 태우고 대전역까지 진입했으나 철수하는 중 옥천방면 세천터널 입구에서 북한군의 기습사격에 총탄 8발을 맞고 쓰러진다. 부기관사 현재영, 황남호가 최종 열차를 운전해 옥천역으로 철수했지만 김재현 기관사는 끝내 숨졌다. 이 공적을 기리기 위해 판암 철길변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대전이 경부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생긴 도시답게 관련 철도스토리는 많다. 최초의 대전역(대동 간이역)이 지금의 대전역전시장 주차장이었는데 여기는 대동 1천과 2천 사이에 있다가 홍수가 나서 1918년에 현재의 대전역으로 이전됐다. 당시 비만 오면 침수되던 이 지역에 대동 1·2천을 연결해 수로를 뚫어 대전천으로 관통시켰고, 현재의 대동천 중간에 있었던 소제호를 없애고 인공수로를 만들어 삼성동 방면에서 대전천으로 물길을 변경했다.(대동1·2천은 복개) 더불어 목척교쪽 대전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대전역 지역 침수를 개선한 이야기, 충남도청이 대전역 앞으로 이전될 걸 미리 알고 부근 땅을 산 친일파 공주 갑부 김갑순이 자신의 토지를 도청부지로 기부하고 부자가 됐다가 해방 후 망한 이야기도 있다.
경부선이 건설될 때 필요한 일본인 기술자를 데리고 와 일본인 거주지가 된 원동과 소제동 철도관사촌, 1956년 건설된 철도보급창고는 최초의 목조 트러스 지붕구조여서 문화재로 지정됐고, 호남선 건설로 대전시내를 가로질러 대전역과 연결했다. 이후 1978년 호남선 복선화 공사로 대전 조차장역이 생기면서 서대전역 쪽으로 바로 연결되면서 호남선은 대전선으로 변경된 일. 1950년대 후반에 생긴 대전발 0시 50분 호남선 열차와 함께 젊은 남녀의 이별 장면을 노래한 대전부루스와 대전역 가락국수 이야기, 6·25전쟁 시 피난민으로 와 대전역전에서 빵집을 하며 현재 최고의 빵 맛을 내 전국에서 유명해진 성심당 이야기….
대전과 엮어야 할 철도스토리는 더 풍성하다. 대전역앞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 중앙시장, 이름까지 중앙철도시장이라 이름 붙였다. 인근 옥천의 이원역 근처는 철도에 근무하다 순직한 직원들의 영혼을 달래는 이원성역 위령비도 있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의 본사가 자리한 대전지역에 철도스토리를 더 발전시켜 철도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역세권에 철도 관련 모든 자회사와 기술연구원, 교육기관, 철도박물관은 꼭 이전시켜 대전이 명실상부한 철도의 도시가 되도록 대전시민과 관계인들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극동 (주)자람엔수엔지니어링 철도사업 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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