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대전은 철도 스토리텔링을 더 살려야 한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대전은 철도 스토리텔링을 더 살려야 한다

반극동 (주)자람엔수엔지니어링 철도사업 총괄 사장(철도 전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3 11:00
  • 신문게재 2022-06-14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반극동
2020년에 개봉된 '기적'이란 영화는 영동선 봉화의 양원역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든 최초의 시골 민자역에 관한 이야기다. 도로가 없어 철길을 이용해 다녔던 원곡리 사람들은 터널과 교량을 지나던 중 갑자기 열차가 달려와 교량 난간 대피소에 대피했지만, 준경 누나(보경)가 강으로 떨어져 죽고 만다. 이 트라우마를 갖고 커가는 준경은 대통령께 편지를 보내 역을 만들어 달라고 탄원한다. 예산 부족으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자신이 역을 만들기로 한다. 고등학생이 된 준경은 국회의원의 딸인 라희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보는 수학경시대회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서울 가는 비용문제로 열차를 탈 수 없어 포기한다. 그 소식을 들은 준경 아버지(기관사)는 양원역에 1분 정차시간을 무시하고 10분간 정차해 아들을 데리고 와 시험을 보러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일부 허구의 스토리지만 기관사는 그만큼 철도에서 중요하다.

철도에는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역할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기관사 하면 6·25전쟁 때 북한군 침략으로 대전이 함락돼 김천으로 후퇴할 때 대전에서 전투지휘를 하던 미 24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 구출과 대전역 군수물자 수송 작전 투입돼 전사한 김재현 기관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1950년 7월 20일 김 기관사는 이 작전에 자원하여 투입했는데 당시 나이 28살이었다. 특공대원 6명을 태우고 대전역까지 진입했으나 철수하는 중 옥천방면 세천터널 입구에서 북한군의 기습사격에 총탄 8발을 맞고 쓰러진다. 부기관사 현재영, 황남호가 최종 열차를 운전해 옥천역으로 철수했지만 김재현 기관사는 끝내 숨졌다. 이 공적을 기리기 위해 판암 철길변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대전이 경부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생긴 도시답게 관련 철도스토리는 많다. 최초의 대전역(대동 간이역)이 지금의 대전역전시장 주차장이었는데 여기는 대동 1천과 2천 사이에 있다가 홍수가 나서 1918년에 현재의 대전역으로 이전됐다. 당시 비만 오면 침수되던 이 지역에 대동 1·2천을 연결해 수로를 뚫어 대전천으로 관통시켰고, 현재의 대동천 중간에 있었던 소제호를 없애고 인공수로를 만들어 삼성동 방면에서 대전천으로 물길을 변경했다.(대동1·2천은 복개) 더불어 목척교쪽 대전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대전역 지역 침수를 개선한 이야기, 충남도청이 대전역 앞으로 이전될 걸 미리 알고 부근 땅을 산 친일파 공주 갑부 김갑순이 자신의 토지를 도청부지로 기부하고 부자가 됐다가 해방 후 망한 이야기도 있다.

경부선이 건설될 때 필요한 일본인 기술자를 데리고 와 일본인 거주지가 된 원동과 소제동 철도관사촌, 1956년 건설된 철도보급창고는 최초의 목조 트러스 지붕구조여서 문화재로 지정됐고, 호남선 건설로 대전시내를 가로질러 대전역과 연결했다. 이후 1978년 호남선 복선화 공사로 대전 조차장역이 생기면서 서대전역 쪽으로 바로 연결되면서 호남선은 대전선으로 변경된 일. 1950년대 후반에 생긴 대전발 0시 50분 호남선 열차와 함께 젊은 남녀의 이별 장면을 노래한 대전부루스와 대전역 가락국수 이야기, 6·25전쟁 시 피난민으로 와 대전역전에서 빵집을 하며 현재 최고의 빵 맛을 내 전국에서 유명해진 성심당 이야기….



대전과 엮어야 할 철도스토리는 더 풍성하다. 대전역앞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 중앙시장, 이름까지 중앙철도시장이라 이름 붙였다. 인근 옥천의 이원역 근처는 철도에 근무하다 순직한 직원들의 영혼을 달래는 이원성역 위령비도 있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의 본사가 자리한 대전지역에 철도스토리를 더 발전시켜 철도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역세권에 철도 관련 모든 자회사와 기술연구원, 교육기관, 철도박물관은 꼭 이전시켜 대전이 명실상부한 철도의 도시가 되도록 대전시민과 관계인들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극동 (주)자람엔수엔지니어링 철도사업 총괄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결산] 대전시 해묵은 현안해결 경제부흥 견인
  2.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3.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4.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5.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1.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2.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3.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4.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5.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헤드라인 뉴스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대전 내 학교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개선은커녕 공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성 관련 예방연수 횟수는 연 1회에 그치고 연중 발표하려 했던 성 비위 근절 대책안도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 교육시간은 연 1회 3시간뿐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교육 이수시간이 1년에 15시간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올해 대전 내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 비위 사건 중 공론화된 건은 초·중·고 1..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12월 31일과 2025년 1월 1일 오전까지 대전은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여 올해 마지막 해넘이와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겠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말연시 날씨 전망을 26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일 오전 주요 도시별 해돋이 시간은 독도 7시 26분, 부산 7시 32분, 대구 7시 36분, 제주 7시 38분, 강릉 7시 40분, 광주 7시 41분, 대전과 청주, 전주 7시 42분, 서울은 7시 47분께다. 이날 오전 충청권은 대체로 맑지만, 충남 서해안 주변 일부 지역은 구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

  •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