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팀장 |
6월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끝났다. 열정과 소음, 헌신과 무관심,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지지 여부와 별개로 선거는 끝났고 민선 8기 대전광역시장과 5개 구청장이 정해졌고, 22명의 대전시의원과 대덕구 8명, 동구 10명, 서구 20명, 유성구 14명, 중구 11명의 구의원도 정해졌다. 선거 때 보여줬던 열정과 시민에게 한 약속대로 대전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이후 4년의 과제일 것이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 나는 세련된 정치 전략에 대한 평가나 특정 정당의 부진과 약진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하기보다는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도덕적 자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당연하게도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도덕적 자질은 정치인에게 중요한 자질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특정 정치인의 도덕적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법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후보자 전과기록이다. 책임감 있는 정치인은 전과기록에 대해 잘못을 사과하거나 해당 행위의 불가피성을 해명해야 한다. 혹은 현행법상 범죄가 아니어서 전과기록이 남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행동에 대해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을 설명하던가 사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거 제도상에 공보물 소명서까지 준비돼있다.
그런데 지금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대가 되었나 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은 정치에 도전하지 않거나 떠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한없이 뻔뻔해 보인다. 한편에서는 정치인에게 도덕적 기준을 들이미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자기편 후보의 도덕적 책임을 방어하기 위해 내뱉었던 말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사회 전반의 정치 문화와 책임성을 깎아 먹는다. 그렇게 시민이 맞이하게 되는 것은 전과 '경력'의 후보자와 텅 빈 소명서이다. 내가 사는 중구의 어느 지역구에서는 두 명의 시의원 후보 중 누굴 뽑아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사태가 있었으니 '경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만으로 지금 현재의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시민의 대표로 책임지겠다는 사람이라면 소명은 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많고 많은 세상사 중에서 음주운전은 실수도 아니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이번 지방선거에 대전시의회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후보 중 9명의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다. 물론 그중에 당선자도 있다. 빈칸으로 도착한 공보물의 소명서를 생각하면 요즘 세대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기성 정치의 뻔뻔함을 먼저 돌아보게 된다. /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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