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란운(積亂雲)은 하늘의 저수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녀석이 분노하면 천둥 번개가 치고 우박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짧은 시간 세찬 소나기가 퍼붓는 건 다 적란운 때문이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도 있듯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는 무척 힘들다. 그렇다면 인간관계는 어떠할까. 그렇다. 자신을 도와주는 은인이 있어야 한다. 은인(恩人)은 자신에게 참 감사는 은혜(恩惠)를 베푼 사람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기왕이면 적란운처럼 통이 크고 화끈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럼 이쯤에서 그동안 나를 도와주셨거나 지금도 도움을 주시는 은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를 손짐작으로 가늠해본다. 금방 떠오르는 은인이 자그마치 아홉 명이다. 그야말로 '은인 아홉 분'이다.
먼저 도서출판 행복 000의 권0복 대표님이다. 첫 저서 출간 당시 무려 440번이나 도전했으나 원고를 보낸 출판사에선 쓰다 달다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권0복 대표님의 후의 덕분에 가까스로 책을 낼 수 있었다. 그 은공이 고마워서 지금도 나는 그 출판사의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했던 원조 월드 스타 강수연의 말처럼 의리를 존중하는 건 기본이다.
다음은 시사저널 00의 정0은 대표님이다. 오랜 기간 매달 칼럼 집필과 취재의 영역까지 할애해 주신 덕분에 나를 무명소졸에서 입신양명(?)의 명성까지 떨치게 해주셨다. 평소 워낙 마당발인 까닭에 정0은 대표님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다. 취재와 집필, 편집까지 일사불란하게 마치는 출판계의 달인이자 미다스의 손(Midas touch)까지 자랑한다.
이어 강0석 이사장님 차례다. 흡사 친형님처럼 자상하시고 마찬가지로 함치르르(깨끗하고 반지르르 윤이 나는 모양)한 사면춘풍(四面春風) 분위기 덕분에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부지기수(不知其數)를 자랑한다. 늘 나를 도와주시려 고민하시는 부분에서는 다시금 감사와 존경심이 동시에 발아(發芽)한다.
김0영 박사님은 자원봉사센터 시민기자로 취재하면서 알게 된 분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봉사왕에 빛나는 김0영 박사님은 자비를 털어가면서 문학단체 두 곳을 진두지휘하는 덕장(德將)이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과대포장까지 해주시며 칭찬을 하시는데 차라리 면구스러울 정도다. 곧 외국에 나가신다는데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송구할 따름이다.
윤0영 화술박사님은 자그마치 '40년 지기'에 육박한다. 젊었던 시절 같은 직장에서 소장으로 함께 재직하다가 오랜 기간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세 번째 저서의 출간을 계기로 작가들 모임에 갔다가 상봉했다. 툭하면 술을 사주시고 칭찬까지 덤으로 주신다. 평소에도 윤0영 화술박사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시글시글하다.
노0선 (사)국제시사랑협회 이사장님은 평소 "누님"으로 예우한다.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센터 시민기자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분이다. 자타공인 팔방미녀(八方美女)도 모자라 명실상부 여장부로도 통하는 노0선 이사장님 역시 친누님처럼 어떡해서든 이 모자란 작자를 도와주고자 노력하시는 분이시다. 존경하고 감사해 마다 않는 분임은 물론이다.
방0석 회장은 대한민국자원봉사대상 대통령 표창에 빛나는 인물이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타적 삶을 실천한 진정 자원봉사의 대부(代父)이다. 취재를 마친 뒤 술자리를 가지면서 '호구조사' 끝에 갑장(甲長)임을 발견했다. "우리 친구하자!"는 그의 제안에 덜컥 동의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봉사에 열중인 방0석 회장은 통이 크기로도 소문이 짜하다.
정0엽 원장은 학원장이다. 그러나 그를 만나자면 학원이 아니라 농토로 가야 한다. 그 또한 자원봉사의 달인인 까닭에 발걸음은 항상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 힘든 농사를 지어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분들에게 직접 전달까지 한다. 최근에 수박을 한 통 얻어먹었는데 정0엽 원장 부부의 정성 덕분이지 여간 달고 시원한 게 아니었다.
끝으로 김0수 대학교수님이다. 김 교수님의 바다처럼 너른 배려 덕분에 10년 이상이나 공백기를 가졌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성공한 사람은 평생 배우는 사람이다'라는 진리를 새삼 깨우쳐주셨기에 경영대학원에서의 공부가 자못 즐겁기만 하다. 10여 년 전 사이버대학을 졸업하면서 받은 학업 최우수상을 다시 받을 생각을 하면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까지 모두 아홉 명의 은인들을 열거했다. 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지면 상 축약(縮約)했음을 밝힌다. 익자삼우(益者三友)는 이로운 친구 세 사람을 뜻한다. 곧 정직한 사람, 친구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나는 추가로 여섯 분의 보석보다 빛나는 은인이 포진하고 있다. 익자구우(益者九友)이다. 따라서 든거지난부자(사실은 가난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 축에 드는 셈이다.
물론 지금의 은인도 때론 데면데면한 사람과의 관계처럼 얼마든지 가변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먼저 겸손과 의리, 예의와 존중 등으로 시종일관해야 한다. 평소 별도로 공부하고 있는 과목이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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