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전시당과 주요 인사들이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이성희 기자] |
지방권력 차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정치 시계를 2년 뒤 총선에 일제히 맞춘 것. 국민의힘이 그동안 대선과 지선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쳤다면 이제부턴 본선 티켓을 따내려는 주요 인사들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지선 승리로 잔칫집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대전시장은 물론 유성을 제외한 4개 구청장, 시의원 18석이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단합된 모습으로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하겠단 목표지만, 내부 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선 전직 국회의원들은 설욕을 벼르는 중이다. 지역 정가에선 이은권(중구), 정용기(대덕) 전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지선에서 후보들의 측면지원에 나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에 자기 사람이 포진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본선행이 탄탄대로일지는 미지수다. 중구는 도전자가 여럿 나타날 수 있다. 일단 강영환 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기획운영실장의 출마가 점쳐진다. 이 전 의원과 정치적 이별을 택한 김연수 전 중구의회 의장도 후보군이다. 중구청장에 도전했던 박두용 대전시당 조직부장 역시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덕은 뚜렷한 경쟁자가 보이질 않고 있다. 아무래도 정용기 전 의원이 두 번의 대덕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쌓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길어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2014년 보궐선거 당시엔 김근식 전 수석대변인이 정 전 의원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협위원장들도 거센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조수연(서구갑), 양홍규(서구을) 위원장은 험지였던 서구 탈환에 성공해 국회 입성에 한 발짝 다가선 상태다. 시·구의원에 측근들을 앉혀 조직 기반도 닦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내부 경쟁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서구갑은 조성천 변호사와 조성호 전 서구의원, 서구을은 윤석대 전 새보수당 사무총장의 도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구가 보수 험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중앙에서 제3의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동구와 유성은 지역 인사와 새 인물이 경쟁 중이다. 동구는 비례대표인 윤창현 국회의원이 지역구 정착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박철용 동구의원도 당협위원장 도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갑은 이은창 전 유성구의원과 김문영 전 유성구을 당협위원장, 장능인 미담장학회 상임이사 간 3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울산이 고향인 장능인 이사는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유성구을은 대전시장 경선에 나섰던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이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의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전 보수진영의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인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에 공모했다.
국민의힘 모 인사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일단 이기고 보자는 목표로 하나 되어 큰 내부 갈등 없이 선거를 치렀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지선 승리로 유리한 판이 형성돼 총선 공천을 두고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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