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킹콩이나 고질라 등의 괴수 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은 유전공학적 지식이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막연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통해 실존했던 동물을 재현합니다. 영화는 유전공학적 지식을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연결하면서 동시에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을 폭로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이 도발하려 하는 생명 탄생의 신비와 존엄과 관련한 금기를 불러냅니다. 상상과 욕망 그리고 금기는 가장 오래된 인류의 서사적 원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실현해보려는 예술적 열망입니다.
공원 속에 있던 공룡들이 온 세상 곳곳을 활보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근원적 질문이 제기됩니다. 지구의 지배자가 과연 인간일까? 영토 혹은 자치령을 뜻하는 '도미니언(dominion)'이라는 부제가 이를 상기하게 합니다. 공룡들은 보호받기도 하고, 강제로 교배되기도 하고, 거래되기도 하며, 연구되고 실험됩니다. 다른 종에 옮겨져 기업의 이윤 독점 술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간이 공룡을 지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강력한 힘과 번식력으로 공룡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거라 경고하기도 합니다.
상상, 욕망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게 하는 기술과 시각화된 스크린 속 거대 공룡의 공통된 거대함 속에 작은 소녀와 새끼 공룡은 의미심장합니다. 언젠가 소녀도 어른이 되고, 새끼도 거대한 공룡이 될 테지만 영화는 아직은 어리고 작은 그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도록 관객을 이끕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될 것인가?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고려와 통찰이 없을 때 상상과 그것을 실현하게 만든 지식, 기술이 욕망에 뒤덮여 마침내 비극적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깨우칩니다.
상상과 욕망. 이 둘은 어디까지 정당하며 또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쾌락 원리에 속한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관여하는 지식과 기술에 대해 영화는 윤리적 통찰을 개입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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