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
지금까지는 시를 쓰면서 허들(의식주) 앞에서 고민도 했지만 그냥저냥 이럭저럭 건너왔다. 운이 좋다고밖에 달리 걸어온 길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운' 속에는 가족의 힘듦도 있고 지인들의 걱정도 등대처럼 존재했다.
놀고먹으며 무언가 한다는 것은 자본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본이 땀의 가치를 평가하고 어떤 돈이 되었더라도 돈이라는 단어 앞에서 땀은 갑이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도 굳이 동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인정한다. 이런 운명을 거슬러 살다간 잉여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생산성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이 우선순위인데 생각하는 것, 느껴지는 것을 생산의 이름에 자꾸 넣어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귀찮음을 건너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이런 말을 들어줄 단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있고 예술인 복지재단이 있고 지역에는 문화재단이 있어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기구에 문화예술인이 무언가 소리칠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 갇혀 산다고 무조건 떼를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도 끝났지만 가끔 이런저런 벽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조직이 앞에서 언급한 단체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없는 것보다는 났다는 것은 문화예술인도 인정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정부 단체나 지역 단체가 있어 그나마 호구대책이라는 생각도 한다.
'예술로' 사업은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달에 30시간 사회적 기업과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팀은 어른들이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청춘학교' 라는 협동조합이다. 다양한 장르(문학, 미술, 음악)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다섯 명이 모여 어르신들이 문화예술 동창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한평생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학교 앞은 얼씬도 못 하고 살다 청춘학교에 와 읽고 쓰는 것도 배우고 학력 인정 자격(검정고시 시험)도 얻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한다. 우리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어르신들이 의식주를 지키고 살다 놓친 문화예술을 맛보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참여해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5월 한 달, 다섯 명이 모여 청춘학교를 알아가는 작업을 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불어 공동 작업을 통해 문화예술이 장르의 벽은 있을 수 있지만 길은 하나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청춘학교에 아침부터 나와 열심히 공부하시는 어르신들 머리를 식혀드릴 수 있는 문화예술이 무엇이 있으며 문화예술로 당신들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징검다리처럼 건널 수 있도록 기획안을 구상한다.
이런 일을 통해 밥벌이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문체부가 예술인 복지재단이 문화재단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 단체가 문화예술인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 주길 희망해본다. 문화예술인 없는 문체부, 예술인 복지재단, 문화재단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앞에 언급한 단체가 없는 문화예술인도 작금의 현실을 볼 때 팥소 없는 찐빵과 다를 게 없다. 각자 다른 장르의 예술인 다섯 명이 모여 협업을 하고 그 협업으로 청춘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르신들을 문화예술의 맛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뭉쳐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인과 정부(지역)가 협업의 길로 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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