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정부 정바름 기자 |
잠깐 친구 소개를 하자면 A는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대학 시절 유학을 다녀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정도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던 A는 당장 디자인학원에 등록했고 경험을 쌓아 대전의 모 사회적 기업에 입사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서울로 떠날 줄 알았건만 대전이 좋았던 A는 지역 취업을 택했다. 그런데 지난봄 그 사회적 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휘청였고 결국 폐업 수순을 밟아 A는 직장을 잃었다.
A가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시점인데, 문제는 친구가 지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떠난다는 친구의 말에 A가 대전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봤지만 '중국어 강사' 혹은 '대학 교직원' 외엔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대전은 5인 이상의 안정적인 기업체는 별로 없어도 대학과 학원은 많으니.
최근 3년간 대전을 떠난 청년들은 14만 명이 넘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너도나도 '청년'과 '일자리' 공약을 내놓았다. 대전이 과학도시라며 바이오 헬스와 IT, 에너지 등 4차산업 기업 유치, 청년 스타트업 지원 등을 외쳤지만 과연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들은 몇이나 될까. 그동안 수차례 언급돼왔던 내용이지만 효과를 보진 못한 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당장 기업유치는 힘들다. 더욱이 문과생 취업은 어딜 가나 치킨집 창업으로 이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험로라며 무조건 지원금, 창업, 스타트업 지원으로 연결짓지 말았으면 한다.
늘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정착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청년들의 정치와 정책 참여가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전은 청년들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는다. 면접 복장 지원 사업이 불필요해 보인다는 대전시 관계자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IT와 바이오, 과학기술에만 치우치지 않는 융·복합적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할 순 없을걸까. 전국적인 문제인 만큼 지역마다 각 대학과 연계해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청년이 진로에 따라 해당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 돕는 상생 방안도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 대전에서 친구들과 퇴근 후 번개 모임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꾼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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