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창작센터 기획전 '페르소나 : 나 아닌 모든 나'가 오는 5월 24일 개막을 시작으로 7월 22일까지 두 달여 동안 전시를 선보인다.<대전시립미술관 제공> |
도시와 그 안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것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재로 한 이번 전시는 '페르소나'로서 창작물의 의미와 본질을 모색한다.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쓴 '관계의 미학'에서 불안정하고 위축된 관계의 회복을 위해 어깨 위의 주황색 토끼가 보이는 것처럼 굴어야 한다는 설정으로부터 기획됐으며, 그래픽과 무용, 애니메이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미술적 형태로 표현했다.
먼저,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장영웅과 박수연은 도시 반대편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떠난 장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공간과 사물에 담긴 기억을 '유령'으로 표현했다. '떠난 자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유령이 된다'라는 설정으로 대전 원도심 일대 폐허와 거리 곳곳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소개한다.
무용가이자 안무가 안남근은 특정 상황이나 기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유년시절을 보냈던 대전 유천동을 배경으로 기억과 다르게 변해버린 공간을 직관적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사라져버리는 시간에 대한 애도를 담은 작품으로 작곡가 김명순이 바로크풍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음악에 발레와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을 더했다.
드로잉 작가 박미라는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의 근원을 찾아 기록했다. 두 개의 애니메이션 드로잉은 타자에 의해 변화하는 감정에 주목한다. '스위치 온'은 밤의 시간성에 주목해 빛의 부재에 따른 감정적 상황 변화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청각과 시각의 변화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감각을 표현했다.
(왼쪽부터)박미라 '스위치온' 2분19초, 드로잉애니메이션, 2019. 아케임 '보물섬연작', 다중매체, 가변크기, 2022. |
이영진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대상에서 마주하는 비 시각적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과감하면서도 단순한 형과 붓질은 관객에게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비둘기와 고양이, 개의 시점에서 바라본 대전역을 그렸다.
아케임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시 지각적인 순간과 경험된 기억을 수집하고 동화적 상상력을 더한 회화와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대전 중앙시장에 있는 고승당에 걸린 거울에서 영감을 받아 고가구와 고서를 파는 고승당 주인은 수집과 거래를 위해 전국을 떠돌지만, 그곳의 거울은 십수 년의 세월 동안 가게를 지키며 먼지 쌓인 책과 손님들을 지켜본다는 설정이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각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시선에서 세상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지향하는 세상, 옳다고 믿는 가치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에 따라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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