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대전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헌행)는 7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58)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56)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62)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지난해부터 시작했으나 101쪽에 달하는 공소장의 적합성 등을 따지는 6차례 준비기일을 마치고 기소 10개월만에 모든 피고인들이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대전지검은 재판부에 기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1시간 20분에 걸쳐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술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과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호응해 월성1호기 조기폐회를 추진하되 영구정지 시점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영변경을 심사·허가하는 시점으로 하기로 합의를 해 2년 6개월간 더 운영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날 법정에서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시스템에 '월성1호기 영구정지는 언제 결정할 것인가요'라고 묻는 답글이 입력되면서 폐쇄시점을 즉시로 앞당기는 시나리오가 추진됐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월성1호기의 2022년 11월 설계수명까지 계속 가동 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도록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 관계자와 수 차례 회의를 갖고 원전 가동률과 원전 전기판매단가를 낮추고 연료비와 수선비, 인건비 등이 포함된 폐쇄 시 절약되는 비용을 높게 잡는 방식으로 평가인자와 가정 등을 반복해 조정했다"며 "계속 가동시 한수원에 3427억 이익이라는 당초의 경제성조사에 평가인자를 조정해 즉시 폐쇄가 164억 이익으로 변경됐다"며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공소된 내용을 모두 부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백운규 전 장관 측은 "조기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 논의 내용을 보면 폐쇄를 검토할 당시 포항 지진의 영향으로 장기간 운영 중지상태이었고, 중지 상태 이전의 가동률도 40%대에 그치는 상황으로 앞으로 까다로워지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월성1호기가 부응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보고됐다"며 "검찰에서는 경제성을 이사회의 폐쇄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안전성과 수명연장 불확실성, 노후화와 강화되는 규제 여건 등이 경제성 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백 전 장관 측은 "인사상 보복을 위협하거나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 등의 발언을 한 적 없으며 그러한 혐의를 증명할 수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록함으로써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재훈 한수원 사장 측은 "경제성평가에 지침이나 규정이 있어 이를 위반했다는 방식의 검찰의 기소 내용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경제성평가에 지침과 규정이 마땅히 없어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지침을 세우라는 내용이 담겼다"라며 "경험이 많지 않은 회계법인이 경제성을 평가할 때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 수치를 찾아서 서로 협의하고 반영하는 일은 언제든 어느 기관에서든 존재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을 정부로부터 보전받지 않아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반대로 산업부는 월성원전 폐쇄에 따른 손실을 처음부터 보상할 계획이었고, 관련 공문도 한수원에 보냈으며 지금도 보전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날 공판은 4시간 정도 진행됐으며, 다음 기일은 7월 5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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