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혜 변호사 |
이같은 개정안의 논리를 살펴보면, 특허침해소송은 특허침해 여부 판단이 핵심이고, 판단을 위해서는 첨단기술, 지식재산 관련법 및 실무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어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에 관한 지식과 '특허침해소송'이라는 법률기술은 전혀 별개이다. 특허에 관한 지식과 전문성은 단순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수월함을 줄 뿐, '법률적 판단'을 위한 법률지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건설공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여 건설관련 감정인이 건설분야소송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으며, 의료분야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여 의사가 의료분쟁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고, 기업인수합병에 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여 기업인이 기업소송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할 수 없다. 이들은 어디까지 법관이 법적판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현상이나 사실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미 벌어진 현상은 돌이키거나 바꾸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현상에 대한 '법률적 판단'인 것이다.
판결을 받는 순간 소송당사자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자격증을 갖춘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정안은 마치 소송대리권한을 넓힘으로써 국민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를 넓혀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법률가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이 국민의 권리를 넓혀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할 수 있도록 해놓고 국민의 권리를 넓혀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자격이 검증된 사람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 등록한 사람 중에서 이공계학위를 가진 변호사가 추가로 특허 관련 법리에 대한 시험을 거쳐서 비로소 특허변호사가 되는데, 이들을 일컬어 patent attorney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변호사시험을 거치지 않은 특허변호사에게도 patent attorney라고 명칭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한국의 patent attorney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리사법 개정안은, 미국에서는 patent attorney가 소송대리도 하고 있으니 한국의 patent attorney에게도 동일한 자격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이해하지 못할 논리를 근거로 삼고 있다.
로스쿨에는 이미 변리사, 경찰, 회계사,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학하여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률가로서의 자격을 검증받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야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도 않은 채 소송대리권한을 허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변리사법 개정안이 소송수행 당사자인 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충분하게 청취하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를 없애고 국민신뢰를 얻기 위하여 수임제한제도를 두는 등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청에서는 10년 이상 근무한 5급 공무원은 1차 시험 전부와 2차 시험 일부과목을 면제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변리사법 개정안은 결국 전관을 배출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소송대리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된 자격이다. 이러한 검증이 없으면 국민권익은 결코 온전하게 지켜질 수 없다. 변호사시험 없이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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