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판 문화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판 문화

김병곤(대전시립연정국악원 지도위원)

  • 승인 2022-06-01 15:13
  • 신문게재 2022-06-02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병곤=국악학박사(대전시립연정국악원지도위원)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판'이란 단어가 익숙하면서 낯선 용어지만, 사실 우리 삶에 매우 익숙한 문화다.

필자는 '판 문화'를 정의하기에 앞서 문화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문화'는 인간의 삶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문화는 인류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의(衣), 식(食), 주(住)의 포괄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발달한 복색문화는 각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의해 발달하면서 보편적이면서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지구촌 글로벌시대와 함께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전하게 됐다. 주거문화 역시 인간의 휴식처 기능과 함께 가족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써 각 나라의 건축 양식들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문화'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정신적 과정의 산물로 정의했다. 하지만 문화라는 용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가 있는 다담론적 개념이다.

서양에서 문화(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cultus)에서 유래했다. 즉,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이를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 자연에는 문화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에는 어떤 것이든 문화라는 말이 성립된다. 예를 들어 야생화 문화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지만 원예문화는 존재한다.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에 대립하는 말이라 할 수 있고, 인류가 진화하면서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문화를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으로 정의하는 인류학의 관점이 이러한 문화의 본래 의미를 가장 폭넓게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가 인간 집단이 만들어낸 모든 생활양식과 상징체계라면 그것을 구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문화는 인간의 모든 산물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우리의 전통문화 중 '전통음악'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전통음악은 크게 나눠 궁중에서 행해졌던 궁중음악과 궁중무용 그리고 노래가 있으며, 궁 밖에서 발전된 민속음악, 민속무용, 판소리. 민요, 농악 등이 다양한 공연문화와 공연형식 등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 민족은 민속예술 중에서 독특한 '판'이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판은 민속예술의 공연장에서 쓰이는 용어이며 행위예술의 표현적 개념이다. 판의 한자적 용어는 면적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넓이의 규격으로 사용되는 판자의 크기, 특수 기능의 장기판, 모판 등 다양한 용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민속악적 개념의 판은 씨름판, 굿판, 난장판, 소리판, 춤판, 농악판 등 다양하게 쓰인다.

이러한 '판'은 특수한 목적으로 행위가 되는 공간으로 공연예술이 발달하기 이전 민속예술의 무대는 마당이나 마을의 큰 광장 또는 학교 운동장에서 행위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판 문화는 그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공간이며, 시작과 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끝나는 시간은 판에서의 행위자와 관객의 교감에 따라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 또한 판에서 소리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농악판 이름도 판에서 연희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우리의 민족문화는 바로 판 문화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판에서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했고, 대중들의 단합과 화합의 장이 되었으며, 우리의 민족 정서가 고스란히 담아서 발전된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다.

판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가 함께한다. 굳이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별한다면 아마추어는 본인이 즐거워야 하고 프로는 관객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판 문화는 행위자와 관객이 같은 눈높이에 있었고, 그 즐거움은 아마추어든 프로든 모두가 같은 판에서 관객과 함께 즐기는 공간이었다.

이제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신바람 판 문화, 흥바람 판 문화를 마음껏 즐기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산국화축제, 6만 5천여 점 국화 작품 전시 성황리에 폐막
  2. 김태흠 “6.25 참전유공자 희생·헌신 잊지 않을 것”
  3.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아니 갑자기 이렇게? 10번 문제에 우수수 탈락
  4.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즐겁게 퀴즈풀며 안전상식 배웠다… 2025 예산군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5. 충남도, 내년 국비 확보 총력… 김태흠 지사 국회 방문
  1.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최형규 예산군 산업건설국장 "안전상식 배우고 실천해주길"
  2. [2025 예산 안전골든벨]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아이들 행복의 기초는 안전"
  3.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국제공모작 13개 윤곽...국민의 원픽은
  4. [2025 예산 안전골든벨] 퀴즈왕 조림초 전태수 학생 "즐겁게 퀴즈 풀다보니 우승까지… 기쁘다"
  5. '기업성장 벤처펀드' 자펀드 운용사 모집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